첫 아이가 태어나고 나면 육아 및 가사 분담에 대한 아버지들의 인식이 이전보다 보수적으로 전환된다는 연구결과가 발표됐다.
영국 일간 인디펜던트 등은 28일(현지시간) 호주 퀸즐랜드 대학 사회과학 연구소 재닌 벡스터 박사가 이 같은 내용을 발표했다고 보도했다.
그녀는 호주에 살고 있는 1800명의 부부를 대상으로 첫 아이 출산 전후에 각각 설문을 실시, 가사분담, 육아분담, 어머니의 사회생활 등에 대한 인식 변화를 조사했다. 각 문항에 대해서는 ‘매우 동의’할 경우 1점, ‘전혀 동의하지 않음’일 경우 7점을 매기도록 했다.
그 결과 첫 아이 출산 이후 남녀 모두 가사를 동일하게 분담해야 한다는 생각에 동의하지 않는 경향이 더욱 강해지는 것으로 드러났다. 해당 문항에 대한 점수가 여성들은 1.6점에서 1.8점, 남성들은 2.1점에서 2.3점으로 증가한 것.
그러나 ‘직장여성 또한 전업주부와 마찬가지로 아이와 강한 유대감을 형성할 수 있다’는 문항에 대해서는 여성의 경우 동의하는 경향이 4% 증가한 반면 남성은 오히려 0.1% 감소하는 경향을 보인 것으로 나타났다.
이에 대해 벡스터 교수는 “엄마들의 경우 직장생활과 이상적인 육아를 병행하기가 어렵다는 것을 인식하면서도 두 가지 역할을 모두 수행하길 원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반면 남성들은 여성들이 직장인으로써의 역할을 어느정도 포기하고 대신 육아와 가사에 전념해야 한다는 전통적인 인식을 강화하게 된다. 벡스터 교수는 그 원인이 사회제도에 있다고 말한다.
그녀는 “부모들의 인식전환은 유전적 원인보다는 문화적 영향에 의해 발생했을 가능성이 크다”며 “육아의 책임을 사회 전반적으로 공동 부담하는 경향이 있는 문화권의 경우 이러한 출산 전후의 인식 전환이 나타나지 않는 것으로 조사됐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벡스터 교수는 대부분 국가의 육아휴가제도 및 교육제도가 아버지들의 육아 참여를 어렵게 하는 반면 어머니들로 하여금 더욱 더 전통적인 육아 책임을 맡도록 만든다고 주장한다. 그녀는 “남성과 여성 모두 이러한 사회적 경향을 무시하고 일관된 확신을 지니기란 쉽지 않은 일”이라고 결론지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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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승언 기자 earny@seoul.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