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른 과목은 그런대로 성적이 괜찮은데 유독 수학만 점수가 나빠 결국 ‘수포자’(수학을 포기한 학생)가 됐다면 부모를 조금 원망해도 좋을 듯하다.
아이가 수학을 좋아하지 않는 성향은 유전일 가능성이 클 뿐만 아니라 가정환경의 영향도 높다는 연구결과가 미국에서 나왔다.
미국 시카고대와 UCLA 등이 참여한 공동 연구진이 초등학생 1, 2학년 438명을 대상으로 수학 성적이나 수업에 대해 어떤 생각을 하고 있는지 질문해 현황을 분석했다. 동시에 부모들도 설문을 통해 수학에 대한 인상과 평균적으로 얼마나 숙제를 돕고 있는지 등을 조사했다.
그러자 흥미롭게도 수학에 약하지만 적극적으로 숙제를 돕는다고 밝힌 부모들은 그들의 자녀 성적이 나쁜 경향이 있는 것으로 밝혀졌다. 게다가 ‘수학을 잘 못 한다’는 인식 이른바 ‘수학 불안’도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반대로 수학에 익숙하지 않은 부모가 숙제를 돕지 않으면 그런 결과는 나타나지 않았다.
연구를 주관한 시안 베일록 시카고대 교수는 “이번 연구는 수학에 약하다는 인식이 단순히 유전적인 것이 원인일 뿐만 아니라 부모가 숙제를 봐주는 사이에 형성되는 환경에도 영향받고 있음을 시사한다”고 말했다.
또 “숙제를 가르치면서 만약 부모가 ‘아, 난 수학이 싫다!’나 ‘이 문제는 나를 긴장시킨다’와 같은 말을 하면 아이는 그 메시지를 알아차리고 성적에 부정적인 영향을 받을 수 있다”고 설명했다.
수학 불안에 유전 영향이 크다는 것은 지난해 연구를 통해서도 나타났다. 일란성 쌍둥이 216명과 이란성 쌍둥이 298명을 조사한 연구에서는 유전적 영향이 있다고 여겨지는 비율이 40%에 달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하지만 과학자들은 수학에 약하다는 인식은 학생의 실제 능력을 반영한 것이 아니라 오히려 학습 과정을 방해하는 정신적 문제가 큰 것으로 보고 있다.
따라서 수학을 꺼리게 되는 원인을 찾아 아이 본래의 힘을 발휘할 수 있게 하는 프로그램을 만드는 것을 목표로 한다고 연구진은 말하고 있다.
한편 이번 연구결과는 미국심리과학학회(APS) 학술지 ‘심리과학’(Psychological Science) 최신호(8월 7일자)에 실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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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태희 기자 th20022@seoul.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