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동안 날씬한 여성에 대한 선호 현상은 대중매체에 반복적으로 노출되는 이미지 등에 의한 후천적 학습의 결과라는 의견이 지배적이었다. 이러한 기존 가설에 다소 상반되는 연구 결과가 발표돼 관심을 끌고 있다.
영국 BBC 등 외신들은 25일(현지시간) 영국 애버딘대학과 중국과학원 유전발달생물학 연구소 공동 연구팀이 최근 발표한 연구 결과를 소개했다. 연구팀은 날씬한 체형이 생존능력, 생식능력 등 ‘진화적 적합성’(evolutionary fitness)에 있어 더욱 우월하며, 이 때문에 사람들은 자연스럽게 날씬한 여성을 선호하게 된다는 주장을 내세웠다.
연구를 이끈 존 스피크먼 박사는 “우리가 타인의 체형을 보고 ‘매력적’이라고 판단하는 경우, 이러한 판단에 과연 대상의 생존능력 및 생식능력에 대한 평가가 영향을 미치는지 알아보고자 한 것”이라며 연구의 목적을 설명했다.
과학자들은 먼저 신체 ‘체질량지수’(BMI)와 ‘진화적 적합성’ 사이에 존재하는 연관성을 확인할 수 있는 수학적 모델을 만들었다. 이 모델에 따르면 여성들은 BMI가 24~24.8 일 때 가장 건강하며 생식능력도 뛰어난 것으로 드러났다. 따라서 연구팀의 가설대로라면 사람들은 정확히 해당 수준의 BMI를 지닌 여성의 체형을 가장 매력적이라고 인식해야 했다.
이를 확인하기 위해 연구팀은 유럽, 아프리카, 아시아 10개 국가에서 온 1300여명의 남녀들을 대상으로 실험을 실시했다. 연구팀은 이들에게 BMI가 서로 다른 여성 21명의 체형 이미지가 인쇄된 카드를 주고, 가장 매력적이라고 생각되는 순서대로 카드들을 재배열하게 했다.
흥미롭게도 나이나 성별에 상관없이 체형에 대한 사람들의 선호도는 서로 유사하게 나타났다. 사람들은 제시된 카드들 중 BMI 수치 19의 제일 마른 체형이 가장 매력적이라고 생각하는 것으로 드러났다.
이는 연구팀의 당초 예상에 크게 어긋나는 결과였다. 이에 연구팀은 참가자들에게 카드에 대한 자세한 생각을 물었다. 그 결과 참가자들은 자연스럽게 BMI 수치가 높은 체형일수록 더 나이든 사람일 것으로 여겼다는 새로운 사실이 드러났다.
나이는 생존능력 및 생식능력과 직결되는 중요한 요소다. 이에 연구팀은 최초 사용한 수학 모델에 나이 변수를 반영시킨 뒤 다시 ‘가장 매력적 체형’의 BMI 수치를 계산해보았다. 그 결과 BMI 18.5 정도의 체형이 가장 ‘진화적으로 적합’하다는 사실을 알아냈다. 이는 실험 결과와 크게 일치하는 수치이기도 하다.
BMI 지수 18.5는 18~20세 여성들에게서 관찰되는 평균체질량지수로, 여성에게 있어 18~20세는 생존능력과 생식능력이 가장 왕성한 나이다.
연구에 참여한 로크 반홀트 박사는 “마른 체형을 가장 매력적이라고 인식하는 현상 자체는 놀라운 것이 아니다. 미디어, 문화, 패션 등 다양한 영역에서 지극히 마른 체형이 대세를 이루고 있기 때문”이라며 “하지만 진화적 관점에서도 이러한 체형에 대한 선호현상이 설명된다는 가능성을 제기한 것이 이번 실험의 의의”라고 설명했다.
방승언 기자 earny@seoul.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