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산국가에서 미국식(?)으로 크리스마스 기분을 내던 남자가 유치장 신세를 졌다.
미주대륙 유일한 공산국가인 쿠바에서 벌어진 일이다.
쿠바를 떠나 미국에 정착해 40년째 이민생활을 하고 있는 프란시스코 모랄레스(70)는 크리스마스를 앞두고 고향 아바나를 찾았다.
아바나를 찾으면서 그는 특별한 준비를 해갔다. 쿠바에서 잔뜩 크리스마스 기분을 내보자며 모랄레스가 준비한 건 다름 아닌 대형 풍선인형들.
산타클로스와 눈사람 등 크리스마스를 상징하는 인형이 대부분이었지만 그와중에 미키마우스 등 미국을 상징하는 인형도 끼어있었다.
성탄을 하루 앞둔 24일(현지시간) 그는 풍선인형에 바람을 넣어 일으켜세웠다.
모양이 잡힌 풍선인형들을 노인은 자신의 집 주변과 옥상에 세웠다.
난생 처음(?) 크리스마스 풍선인형들을 실제로 보게 된 이웃주민들은 신기하다는 듯 금새 모랄레스의 집 주변으로 몰려들었다.
주민들은 풍선인형들과 함께 기념사진을 촬영하는 등 크리스마스 분위기를 만끽했다.
쿠바 경찰이 모랄레스의 집에 들이닥친 건 한창 분위기가 무르익었을 때다. 경찰은 모랄레스에게 풍선인형을 모두 치우라며 경찰서까지 동행하자고 했다.
노인은 "풍선인형을 설치할 자유도 없냐"고 항의했지만 경찰은 "통행에 방해가 된다"며 풍선인형을 치우라고 고집했다.
결국 남자는 풍선인형을 모두 치우고 경찰서로 연행됐다.
사건은 현장에 있던 프리랜서기자 에르네스토 아키노에 의해 언론에 보도됐다.
아키노는 "신기한 듯 몰려든 이웃들이 기념사진을 찍고 있을 때 경찰이 나타났다"며 "모랄레스가 경찰서로 끌려가 크리스마스 때까지 붙잡혀 있었다"고 말했다.
이웃주민들은 인터뷰에서 "거리에 쓰레기가 가득해 보행이 어려울 때도 거들떠보지 않던 경찰이 인형이 통행을 불편하게 한다는 엉터리 이유로 남자를 끌고 갔다"고 경찰의 행태를 꼬집었다.
사진=쿠바넷
손영식 해외통신원 voniss@naver.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