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미국의 과학전문매체 라이브 사이언스는 알래스카 터카 베이에서 촬영된 향유고래와 불곰의 모습을 사진과 사연으로 소개했다.
바다와 육지를 대표하는 포식자가 만난 희귀한 이 모습은 지난 4일(현지시간) 알래스카에서 자연 가이드로 활동하는 카린 트랩하겐에게 포착됐다. 해변에 죽은 향유고래가 파도에 밀려왔고 호기심 많은 불곰 한마리가 냄새를 맡고 다가온 것.
트랩하겐은 "처음 곰은 고래의 주위를 맴돌다가 피부를 햝기 시작했다"면서 "곧바로 고래의 부드러운 부위부터 뜯어먹기 시작했다"며 놀라워했다. 흥미로운 것은 예상치 못한 불곰의 포식 잔치는 며칠 간이나 이어졌다는 점이다.
트랩하겐은 "사흘 후에도 불곰 무리들이 몰려들어 고래를 뜯어먹고 있었다"면서 "사체는 부패한 상태였으며 주위에는 땅에 떨어진 것을 쪼아먹는 바닷새와 멀찌감치 떨어져 불곰의 식사가 끝나기를 기다리는 늑대들이 보였다"고 말했다. 고래 사체 하나가 알래스카 지역 동물들의 굶주린 배를 채워주는 자연의 섭리를 보여준 셈.
향유고래는 최대 몸길이 20m, 몸무게 40t 이상에 달하는 거대 종으로 주로 오징어와 물고기를 잡아 먹고 살며 한 마리당 연간 50t의 철 성분을 바닷속에 배설한다. 특히 이 철 성분은 식물성 플랑크톤의 생장과 광합성을 하도록 촉진시켜 대기중 이산화탄소 제거를 도와 지구온난화 방지의 중요한 역할을 한다.
박종익 기자 pji@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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