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학

박쥐 초음파 산란시키는 ‘스텔스’ 나방…비밀은 꼬리

작성 2016.08.27 13:38 ㅣ 수정 2016.08.27 13: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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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스텔스 나방’
북미에서 가장 큰 나방 중 하나인 대형 멧누엣나방 (Luna moths). 아래가 머리이고 위가 꼬리 부분. (사진=Andy Reago & Chrissy McClarren/Flickr)


박쥐와 나방은 오랜 세월 초음파를 두고 경쟁해왔다. 야행성인 나방은 새 같은 다른 포식자로부터는 상대적으로 안전하지만, 밤에도 초음파를 이용해서 먹이를 잡는 박쥐는 무서운 천적이다. 사자 같은 육식 동물과 얼룩말 같은 초식 동물이 각자 잡아먹거나 잡아먹히지 않기 위해 점점 빠르게 진화하는 것을 '진화적 군비 경쟁'이라고 부르는데, 재미있게도 나방과 박쥐 역시 초음파를 둘러쌓고 진화적 군비 경쟁을 벌여왔다.

생물학자들은 박쥐의 초음파를 빠르게 감지해서 회피하는 나방의 능력에 감탄했다. 나방이 높은 주파수의 초음파를 들을 수 있는 능력을 진화시키자 박쥐 역시 더 높은 주파수를 이용하는 방법을 진화시켰고 그 결과 가장 높은 주파수를 들을 수 있는 동물인 꿀벌부채명나방은 30만Hz의 초음파를 감지할 수 있다. 아예 박쥐의 초음파 신호를 방해하는 초음파 재밍 기술을 가진 나방도 있다.

여기에 더해서 최근 생물학자들은 박쥐의 초음파 신호를 산란시켜 탐지를 어렵게 하는 스텔스 나방이 있다는 사실을 밝혀냈다.

북미에 서식하는 대형 멧누엣나방(Luna moths)이 그 주인공으로 이 곤충은 나방답지 않은 아름다운 날개와 큰 크기를 지니고 있다. 그런데 크기가 크다는 것은 박쥐의 초음파에 쉽게 탐지된다는 것을 의미한다. 이 나방은 박쥐의 초음파 신호를 산란하는 특수한 형태의 꼬리를 진화시켰다.(사진)

과학자들은 오래전부터 이 독특한 꼬리 장식이 초음파 신호를 사방으로 산란시키는 역할을 한다고 생각했다. 2015년에 진행된 연구에서는 이 꼬리가 없는 경우 나방이 훨씬 쉽게 박쥐에 잡아먹힌다는 것이 밝혀졌다.


존스 홉킨스 대학과 워싱턴 대학의 과학자들은 이 나방의 초음파 산란 기술을 연구하기 위해 다양한 파장과 주파수를 지닌 초음파를 이용해서 실제 나방을 대상으로 연구를 진행했다.

그 결과 이 꼬리 구조가 분명하게 초음파의 반향정위(echolocation·반사된 초음파로 위치를 확인하는 것)를 방해한다는 것을 알아냈다. 비록 현대의 스텔스 전투기처럼 초음파를 흡수하지는 못하지만, 초음파가 다시 박쥐에게 돌아가 탐지되는 것을 막는다는 점에서는 초음파 스텔스 기술이라고 볼 수 있다.

자연계에서 천적 혹은 먹이의 눈을 피하는 위장술을 개발하는 것은 매우 흔한 일이다. 그러나 초음파 탐지를 피하기 위한 구조를 진화시키는 경우는 매우 드물다. 우리에겐 하찮아 보이는 나방이 이런 고도의 기술을 개발한 것은 사실 초음파 기술을 개발한 박쥐와 같은 이유이다. 바로 살아남기 위해서이다. 삶은 그만큼 치열한 것이다.

고든 정 통신원 jjy0501@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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