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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자기증 남자에게도 ‘양육 책임’이 있다? 판결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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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자기증으로 태어난 아이의 양육 책임을 둘러싸고 벌어진 법원의 판결에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최근 미국 캔자스주 쇼니카운티 법원은 주정부 아동가족부가 ‘정자기증자’인 윌리엄 마로타를 상대로 한 양육비 청구소송에서 마로타의 손을 들어줬다.

이번 소송이 관심을 모으는 것은 순수히 정자만 제공한 생물학적 아버지에 대한 법적 책임을 판결했다는 사실 때문이다. 이번 사건은 지난 2009년 피고인 마로타가 정자기증자를 구하는 한 광고를 보면서 시작됐다. 당시 레즈비언 커플이었던 제니퍼 슈라이너와 안젤라 바우어는 아이를 갖기 위해 생활정보사이트에 정자기증 광고를 냈다.

이 광고를 보고 응한 사람이 바로 마로타다. 그는 50달러를 받고 이들 커플에게 정자를 기증했고 그해 12월 슈라이너는 딸을 낳았다.

이렇게 모두에게 해피엔딩으로 끝난 것 같았지만 이듬해 슈라이너 커플이 결별하면서 상황이 달라졌다. 주정부의 도움을 받아 근근히 생활을 꾸려가던 슈라이너는 홀로 아기를 키울 수 없는 경제적 상황에 몰렸고 심지어 출산비용조차 병원에 지불하지 못했다.

결국 칼을 빼든 것은 아동가족부였다. 유전자 검사를 통해 생물학적인 아버지가 마로타임을 확인한 아동가족부는 지난 2012년 그를 상대로 자녀양육비를 요구해 결국 지리한 법정 공방으로 이어졌다.

판사는 "마로타는 처음부터 혹시 태어날 아이에게 정서적, 재정적인 도움을 줄 의도가 없었음이 인정된다"면서 "출산 이후에도 아이와 교류가 없었다"고 밝혔다. 이어 "아이의 법적 아버지는 생물학적 아버지인 마로타가 아니라 커플이었던 바우어"라고 판결했다.

일반적으로 병원을 통해 정자 기증이 이뤄지는 경우 생물학적 아버지로서 권리와 의무가 모두 발생하지 않는다. 하지만 이번 사례의 경우 합법적인 절차를 거치지 않은 것으로 전해졌다.

박종익 기자 pji@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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