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들은 축구할 때 헤딩 횟수를 제한해야 한다고 전문가들이 주장하고 나섰다고 영국 일간 데일리메일이 13일(현지시간) 보도했다.
이는 이번 주 발표 예정인 한 연구에서 영국 과학자들이 치매를 앓았던 전직 프로축구 선수 6명의 부검 자료를 조사해 헤딩으로 여겨지는 두부 충격과 관련한 질병의 일종을 발견했기 때문.
선수들에게는 보통 권투나 미식축구를 하는 선수들과 관련한 신경계 진행성 퇴행성 질환인 ‘만성 외상성 뇌병증’(CTE)의 징후가 있었던 것이다.
이번 연구는 지난해 발표된 영국 스털링대 연구를 뒷받침하는 것으로, 당시 반복된 헤딩 연습은 뇌의 단기기억 기능에 현저한 변화를 일으키는 것으로 밝혀졌다.
당시 연구진은 축구 선수 19명에게 축구 경기를 할 때 코너킥을 헤딩으로 받아내는 것과 같은 강도로 설계한 충격 실험에서 20차례 헤딩하도록 했다.
이때 이들 참가자는 실험 전후 인지 능력 검사를 받았는데 기억력이 일시적이지만 41~67% 떨어졌다. 물론 이들의 기억력은 24시간 안에 정상으로 돌아갔다.
사실 반복된 헤딩에 관한 우려는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실제로 영국 축구 스타 제프 애슬은 은퇴 뒤 치매를 앓았는데 2002년 59세의 나이로 사망한 뒤 부검에서 검시관은 그의 사인이 반복된 헤딩에 의한 것임을 발견했다.
또한 지난 2014년 그의 뇌 조직을 다시 검사한 결과에서 그에게 만성 외상성 뇌병증(CTE)이 있었다는 사실도 밝혀졌다.
물론 오늘날 축구공은 제프 애슬이 사용했던 것보다 가볍지만, 여전히 우려할 만한 요소가 있다.
영국 런던 인디펜던트병원의 스포츠·운동의학 전공의 톰 크리스프 박사는 “헤딩 한 번은 머리에 주먹 한 방을 맞은 것과 같다”고 설명했다.
또한 이달 초, 미국 연구진은 헤딩을 자주 한 축구 선수는 그렇지 않은 선수보다 두통과 메스꺼움, 혼란을 포함한 뇌진탕 증상을 호소할 가능성이 3배 더 크다는 사실을 발견했다.
이에 대해 영국 퀜엘리자베스병원 및 스파이어파크웨이병원의 신경학 전공의 니콜라스 데이비스 박사는 “가벼운 뇌진탕은 선수 본인이 인식 못 할 수도 있다. 연달아 충격을 받으면 심한 뇌 손상으로 이어질 수 있다”고 말했다.
버밍엄대의 신경과학자 마이클 그레이 박사는 “헤딩을 반복한 사람은 어떤 명확한 증상이 없어도 뇌가 손상돼 장기간에 걸쳐 뇌진탕 손상을 일으킬 수 있다”고 말했다.
또한 “몇 년에 걸쳐 헤딩을 하면 회백질 사이를 연결하며 정보 전달의 통로가 되는 백질이 손상돼 추리와 같은 기능이 손상될 수 있다”고 말했다.
이런 염려는 특히 아직 뇌가 발달 중인 아이들에게 있다.
또한 아이들은 날아오는 축구공의 충격을 감당해낼 힘이 부족해 목의 근육이 손상될 우려도 있다.
지난 2015년 11월 미국축구연맹(USSF)은 10세 이하 유소년 선수의 헤딩을 금지하고 11~13세 선수는 헤딩 수를 제한한다는 안적수칙을 발표하기도 했다.
이에 대해 영국 유니버시티 칼리지 런던(UCL)의 존 하디 신경과학과 교수는 추가 연구가 필요하긴 하지만, 아이들에게 하루에 여러 번 헤딩하는 것을 금지해야 한다고 말했다.
또한 영국 그리니치대의 토니 코차르 스포츠과학과 교수는 “학교에서는 축구하는 아이들에게 적어도 헤드기어를 착용하게 하거나 경기당 헤딩을 5회 미만으로 제한해야 한다”고 제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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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태희 기자 th20022@seoul.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