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목’을 위해 에너지 드링크를 사 마실 예정이었다면 다시 한 번 생각해보는 것이 어떨까. 육체 피로를 한 방에 날려준다는 광고 때문에 수험생이나 직장인 사이에서 큰 인기를 끌고 있는 에너지 드링크가 콜라나 커피 등 다른 카페인 음료보다 건강에 더 해롭다는 연구결과가 나왔다.
미국 캘리포니아에 있는 공군메디컬센터 연구진은 성인 18명을 임의로 두 그룹으로 나눈 뒤 실험을 실시했다.
A그룹에게는 946㎖의 에너지드링크를 마시게 했고, B그룹에게는 에너지드링크와 비슷한 맛이 나는 음료를 마시게 했다.
A그룹이 마신 에너지 드링크 946㎖에는 카페인 320㎎, 설탕 108g(약 27티스푼) 및 타우린과 카르니틴 등 첨가물이 포함돼 있으며, B그룹의 음료수에는 카페인 320㎎, 라임 주스 40㎖, 체리시럽 140㎖와 탄산수 등이 포함돼 있다.
연구진은 시험참가자들의 심전도 및 혈압 등을 실험 직후, 1시간, 2시간, 4시간, 6시간, 24시간 후에 각각 체크했다.
그 결과 에너지 드링크를 마신 A그룹은 B그룹에 비해 QT간격(심장의 전기활동 간격, QT interval)이 1만분의 1초 더 길었다. QT 간격은 심장의 좌심실이 한번 박동한 뒤 다음 박동을 시작할 때까지의 시간을 말하는 것으로, 이 시간이 느려지면 심장 박동리듬이 불규칙해지면서 부정맥이 발생할 수 있다.
연구진은 QT 간격이 단 1만분의 1초라도 연장되는 것이 비정상적인 심장박동을 유발할 수 있으며, 이는 심혈관 계통에 문제를 일으켜 목숨을 위협할 수 있다고 경고했다.
뿐만 아니라 두 그룹 모두에게서 실험 후 혈압이 상승하는 증상이 나타났는데, 다만 카페인과 라임 주스 등이 포함된 음료를 마신 B그룹은 시간이 지난 뒤 혈압이 다시 처음으로 돌아왔지만, 에너지 드링크를 마신 A그룹의 혈압은 최대 6시간이 지나도 실험 전으로 돌아오지 않았다.
연구진은 에너지 드링크를 마신 그룹의 혈압이 오랫동안 처음으로 돌아가지 않는 것이 카페인뿐만 아니라 에너지 드링크에 함유된 타우린이나 카르니틴 등 첨가물의 영향인 것으로 추측했다. 또 에너지 드링크를 마시는 것이 카페인이 든 커피나 콜라를 마시는 것 보다 우리 몸에 더 큰 영향을 미치는 것이 입증됐다고 설명했다.
자세한 연구결과는 미국 심장학회지(JAHA, Journal of the American Heart Association) 최신호에 실렸다.
송혜민 기자 huimin0217@seoul.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