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 일반

연착된 지하철에서 즉흥 졸업식 연 美뉴요커들

페이스북 공유 트위터 공유 카카오톡 공유 네이버블로그 공유
확대보기
▲ 지하철에 탄 승객들이 축하인사와 포옹을 하며 졸업식에 참석하지 못한 알칸타라를 격려했다. (사진=abc7캡쳐)


지하철에서 즉흥 졸업식 세리모니가 펼쳐졌다.

미국 abc7은 지난 31일(이하 현지시간) 뉴욕 지하철 승객들이 슬픔에 빠진 한 청년을 위해 특별한 순간을 재현했다고 보도했다.

미국 뉴욕시 맨해튼의 헌트 밸브 간호대 학생 제리히 마르코 알칸타라는 30일 아침, 자신의 졸업식에 참석하지 못할 수도 있겠다는 사실을 직감했다. 졸업식이 시작되는 10시까지 도착하기 위해 아침 8시 20분에 집을 나섰지만 슬픈 예감은 틀리지 않았다. 그가 탄 지하철이 거의 2시간 30분 가까이 연착됐기 때문이다.

E 트레인이 퀸즈 정거장 중간에 기계 오작동으로 멈춰서면서 기관사가 90분 동안 문제를 해결하려고 씨름했지만 소용이 없었다. 결국 승객들을 이동시킬 다른 차량을 불러야 했다. 하지만 그 지하철마저도 다음 역에서 신호 문제로 지체되는 바람에 도착하기까지 20~25분이 소요됐다.

확대보기
▲ 지하철 안에서 오도가도 못하게 된 알칸타라가 낙담하자 사람들은 안타까운 시선으로 응시하고 있다. (사진=abc7)


모든 사람이 잔뜩 짜증난 상태에다가 알칸타라의 졸업식은 이미 시작되고도 남을 시간이었다. 학사모와 졸업가운을 입고 있던 알칸타라가 자포자기한 채 슬픔에 잠겨 있을 무렵, 주위에 있는 승객들이 갑자기 하나둘씩 모여들었다. 사고로 인해 졸업식에 참석하지 못한 그에게 축하의 인사를 건네기 위해서였다.

휴대용 스피커에서 음악이 흘러나왔고, 함께 있던 알칸타라의 친구 바비는 학장처럼 ‘졸업증서’ 대신 핸드폰을 수여하며 악수를 나눴다. 알칸타라는 지하철에서 낯설지만 마음씨 따뜻한 시민들에게 특별한 졸업식 세리모니를 받은 셈이었다.

승객 나디야는 “나는 지하철에서 수많은 장면을 목격했지만 이처럼 특별한 순간은 없었다”며 “당시 우리모두가 그에게 모여들었다. 그는 사람들의 축하를 받을 자격이 있었다”고 전했다.

확대보기
▲ 결국 3시간이 지나 자신의 졸업식에 도착한 알칸타라의 모습. (사진=abc7캡쳐)


현지언론과의 인터뷰에서 알칸타라는 “졸업식에 참석하지 못해 무척 상심했었다. 그러나 지하철에 타고 있던 사람들의 말 한마디와 포옹이 기분을 나아지게 했다. 그건 내게 큰 의미였다”면서 “나는 모두에게 ‘내 졸업식에 와줘서 고마워요’라고 감사인사를 전했고, 그들은 내게 큰 박수를 보냈다”고 그때 상황을 설명했다.


거의 3시간 후에 학위 수여식에 도착해 모든 졸업식 행사를 놓쳤지만, 그는 그날 완전히 손해를 보진 않았다. 가족과 친구들이 모여들어 그에게 또 한 번 축하의 말을 전해서다. 지하철을 탄 것을 후회하느냐는 질문에, 알칸타라는 “절대로 그렇지 않다. 제 시간에 도착했더라면 훨씬 더 좋았을지도 모르지만 십중팔구 졸업식에서 졸고 있었을 것이다”고 대답했다.

사진=abc7캡쳐

안정은 기자 netineri@seoul.co.kr

추천! 인기기사
  • ‘회사 내 성관계’ 동영상 수백개 유출…결국 정부가 나섰다
  • 3500년 전 매장된 ‘잘린 손 12개’ 비밀 밝혀졌다
  • “러·북한 지지한다”…77명 살해한 노르웨이 살인마, 머리에
  • 3세 여아 강간·살해한 男…“산 채로 사지 부러뜨리고 버렸다
  • 북한군 파병 진짜 이유?…“러軍 하루 평균 사상자 1500명
  • 5년 후 지구로 돌진하는 소행성 ‘아포피스’…지구 중력에 산
  • 10대 남녀, 두바이서 ‘사랑’ 나눴다가 징역 20년형 위기
  • “파병 북한군, ‘음란 동영상’에 푹 빠졌다…인터넷 자유 덕
  • “역사상 최초”…털까지 완벽 보존된 3만5000년 전 ‘검치
  • 부하도 고문하는 악명높은 러 장군, 우크라 드론 공격에 전사
  • 나우뉴스 CI
    • 광화문 사옥: 서울시 중구 세종대로 124 (태평로1가 25) , 강남 사옥: 서울시 서초구 양재대로2길 22-16 (우면동 782)
      등록번호 : 서울 아01181  |  등록(발행)일자 : 2010.03.23  |  발행인 : 김성수 · 편집인 : 김태균
    • Copyright ⓒ 서울신문사 All rights reserved. | Tel (02)2000-900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