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만간 지구 상에 떨어진 것으로 예상되는 중국의 소형우주정거장 톈궁(天宮) 1호의 모습이 포착됐다.
최근 이탈리아의 천체물리학자 지안루카 마시는 로마 상공 위 밤하늘을 장식한 톈궁 1호의 비행 흔적을 공개했다. 지난 9일(현지시간) 밤 촬영된 사진 속에서 톈궁 1호는 대각선으로 가로지르는 흰색 실선의 궤적 만으로 보인다.
마시 박사는 "앞으로도 톈궁 1호가 몇차례 더 지상에서 관측될 것으로 보인다"면서 "몇 주 안에 예측되지 않은 장소에 일부 파편이 떨어질 것으로 보이지만 대기권에서 모두 불타 사라지기 바란다"고 밝혔다.
실제 마시 박사의 주장처럼 톈궁 1호는 곧 지구로 추락할 예정이다. 세계 각국의 전문가들이 여러 추락 시기를 예측하고 있는 가운데 최근 유럽우주국(ESA)은 오는 29일에서 다음달 9일 사이 톈궁 1호가 지상으로 추락할 것으로 보인다고 밝혔다. 기존에 알려진 추락 예상 시기는 3월 24일에서 4월 19일 사이.
중국의 ‘우주굴기’ 일환인 톈궁 1호는 지난 2011년 9월 원대한 꿈을 안고 발사됐다. 당초 목표는 국제우주정거장(ISS)처럼 지구 주위를 선회하는 영구적인 우주정거장 건설이었으나 7년 만에 추락하는 위기를 맞게 됐다. 문제는 현재 톈궁 1호가 제어할 수 없는 상태가 됐다는 점이다. 일반적으로 임무를 마친 인공위성은 철저한 통제 속에서 바다에 추락시키지만 현재 톈궁 1호는 중국 당국도 통제할 수 없는 상태다. 이 때문에 무게 8.5t의 톈궁 1호가 지구상 어디에 떨어질 지 몰라 전세계가 이를 주시하고 있다.
미국 하버드 대학의 천체물리학자인 조나단 맥도웰 박사는 영국 가디언과 한 인터뷰에서 “지난 몇 년간 이와 비슷한 일들이 몇 차례나 일어났지만, 톈궁 1호는 다른 우주쓰레기에 비해 매우 크고 밀도가 높아 지속적으로 관찰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전문가들은 톈궁 1호가 유럽과 미국, 호주와 뉴질랜드 등지에 떨어질 가능성이 가장 높은 곳으로 보고 있지만 우리나라도 예외 지역은 아니다.
미국의 항공우주분야 연구기관인 에어로스페이스코퍼레이션은 톈궁 1호의 잔해가 북위 43도에서 남위 43도 사이에 추락할 것으로 보인다고 밝혔는데, 이 범위 안에 한국과 일본 등이 포함되기 때문이다.
그러나 실제 톈궁 1호의 추락으로 인명피해 등이 생길 가능성은 거의 없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중론이다. 맥도웰 교수는 “세계인구의 절반은 육지의 10%에 살고 있으며 이 면적은 지구표면의 2.9%에 불과하다”면서 "그간 재진입하는 위성 잔해에 맞아 상처를 입은 사람은 없었다"고 말했다.
박종익 기자 pji@seoul.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