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소 주기율표가 등장한 지 150년 만에 인류는 118번까지 원소를 추가했다. 이 가운데 원자번호 104번 이후의 원자들을 초중량 (superheavy) 원소라고 부르는 데 매우 무겁고 불안정한 원자로 실제 자연계에서는 보기 어렵고 모두 실험실에서 인위적으로 생성한 원자다.
학자들의 오랜 노력 끝에 생성에 성공한 원자번호 118번 오가네손 (Organesson)의 경우 안정 동위원소인 오가네손-294의 경우에도 반감기가 0.69ms (밀리초)에 불과해 순식간에 더 작은 원자로 방사성 붕괴를 일으킨다. 현재 과학자들은 이보다 더 무거운 원자를 합성하기 위해서 노력하고 있지만, 원자핵이 커질수록 더 불안정해져 어려움을 겪고 있다.
그런데 원소 주기율표를 확장하려는 과학자들의 시도는 과연 어디까지 가능할까? 이 질문에 답하기 위해 몇몇 과학자들은 원자핵 크기의 이론적 한계를 연구하고 있다.
미시간 주립대의 비텍 나자레위츠 (Witek Nazarewicz) 교수는 저널 네이처 피직스(Natere Physics)에 발표한 논문에서 원자번호의 이론적 한계가 172번이라고 주장했다.
이 연구에 의하면 양성자 172개 이상이 함께 모여 있는 경우 원자핵을 지탱하는 힘인 핵력(nuclear force, 원자핵에 있는 양상자와 중성자 같은 핵자 사이의 결합력)으로도 유지가 어렵다. 결국, 이 이상 크기를 지닌 원자는 합성이 불가능하다.
물론 실제로 불가능한지 실험실에서 검증이 필요하지만, 당장에는 원자번호 120번 이상 원자도 합성하기 어려워 이를 검증하는 것은 먼 미래의 일이 될 것이다.
그런데 이렇게 불안정해서 쉽게 붕괴할 원자를 합성하는 것이 과연 가치 있는 일일까? 이런 거대 원자핵은 사실 우리가 유용하게 사용하기에는 너무 합성이 어렵고 수명이 짧다.
같은 이유로 어떤 화학적 성질을 지녔는지 연구하기도 매우 어렵다. 따라서 이런 원소를 우리가 사용할 수 있을 가능성은 희박하다.
하지만 과학자들은 미지의 거대 원자가 지금까지 알려지지 않은 독특한 성질을 지니거나 의외로 안정해서 생각보다 장시간 유지될 가능성을 염두에 두고 있다. 종종 극단적인 환경에서 지금까지 발견하지 못했던 의외의 현상이 일어나기 때문이다. 이를 확인할 유일한 방법은 직접 합성해보는 것이다. 어떤 결과가 나올지 아무도 장담할 수 없지만, 과학자들은 지금껏 그랬듯이 원소 주기율표의 끝을 향해 도전을 멈추지 않을 것이다.
고든 정 칼럼니스트 jjy0501@naver.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