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천 강화로부터 온 제보였다. 제보자의 근무지 주변을 자주 떠돌던 검은 개 한마리의 이야기였다. 내용인즉슨, 8일 오후 사무실 인근, 검은색 RV차량에서 한 무리가 내리더니 “저 개 주인에게 허락 맡았으니 데려가겠다” 하고는 이내 느닷없이 그 검은 개에게 총을 쐈다는 것이다. 목격자가 담은 현장 영상을 보면, 개는 축 늘어진 채 풀숲에서 피를 철철 흘리며 쓰러져 있었고 더딘 숨만 겨우 이어가고 있었다. 발포자는 개를 데려가지는 않았다.
작은 몸에 스무 발 이상 박힌 ‘전신 총상’
현장 목격자는 황급히 119에 신고했고, 개는 지자체 위탁 동물병원으로 이송됐다. 이런 경우 ‘골든타임’이 몹시 중요한데도, 즉각적이고도 효과적인 조치가 단번에 이뤄지는 경우가 드물다. 총상의 경우 관련 전문가의 집도가 아니면 다루기 몹시 까다로운 측면도 사태의 심각성에 한 몫 했다. 케어 동물구호팀은 급히 동물병원으로 달려갔다.
처음 마주한 개의 상태는 처참함 그 자체였다. 개는 차가운 뜬장에 죽지 못해 살아있는 듯한 모습으로 누워 있었다. 케어는 서울 소재 대형 동물병원으로 급히 개를 이송했다. 검진 결과, 온 몸에 산탄이 박혀 있었다. 일부 총탄은 깨져서 파편으로 몸 구석구석 박혀 있는 상황이었다. 신경계까지 건드린 끔찍한 총상이었다. 이 작은 개와, ‘전신 총상’이라는 검사결과는 너무나도 어울리지 않아 보였다. 게다가 질염을 포함해 심장사상충, 골절상까지. 온 몸이 성한 데가 없었다.
‘개가 동네를 어슬렁거려...’ 유해조수단 사주한 마을 이장
케어는 즉각 인천 강화경찰서에 수사의뢰를 했다. 동물보호법, 총포도검화약류단속법 위반 여부를 살펴야 했다. 인근 파출소 총기반출내역을 통해 용의자는 특정됐다. 알고 보니 총을 발포한 자들은 ‘유해조수단’ 엽사들이었다. 이들은 8일 오후 유해조수 탐방 중 사건발생지에서 검은 개를 발견했으며, 데리고 다니던 사냥개와 시비가 붙자 총을 쐈다고 진술했다.
또한 개가 동네를 어슬렁거리고 사람을 위협한다는 이유로 마을 이장으로부터 개를 잡아 달라는 요청이 있었다고 진술했다. 마을 이장은 참고인 진술에서 “잡아오라고 부탁한 적은 있으나, 죽이라고 한 적은 없다”며 책임을 회피했다. ‘눈에 조금 거슬린다고, 유기견을 총 쏴 잡을 생각을 할 수도 있구나...’ 사건의 윤곽이 차츰 드러나는데, 머리가 잠시 아득해졌다. 연약한 생명의 지위를 실감했다. 약자들은 언제든 손쉽게 위태로운 처지로 고꾸라질 수 있는 것이다.
비극을 희망으로
비극적인 운명에 처한 이 검은 개에게 케어는 ‘까뮈’라는 이름을 붙여 주었다. 지금까지 까뮈는 고맙게도 잘 견뎌주었다. 현재 까뮈는 서울대 동물병원에서 국내 최고의 의료진에게 최선의 치료를 받고 있다. 하지만 후유증과 합병증이 너무 심각해 까뮈의 여생이 불확실하다. 까뮈의 치료비는 현재 천만 원을 훌쩍 상회했다. ’살려야 한다‘는 일념으로 케어와 의료진들은 총력을 다하고 있다. 케어는 제보 당일날 바로 모금코드를 열고, 까뮈의 치료비를 위한 모금을 시작했다. 해피빈 모금 참여를 통해 비극을 희망으로 전환할 수 있다.
동물권단체 케어 김태환 PD
해피빈 모금 참여=http://goo.gl/D8oV2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