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지 언론에 따르면 카라카스의 휘발유 부족사태는 11월부터 시작됐다. 시민들은 휘발유를 찾아 주유소를 전전하고 있지만 휘발유를 구하지 못해 발만 동동 구르고 있다.
석유 매장량 세계 1위 국가인 베네수엘라에서 이런 일이 벌어지게 된 건 투자 마비와 금융위기 때문이란 분석이다. 경제가 엉망이 되면서 이젠 휘발유 공급마저 정상적으로 이뤄지지 않고 있다는 얘기다.
하지만 일각에선 베네수엘라 정부가 의도적으로 휘발유 공급을 끊었다는 의혹도 제기된다. 정부가 휘발유가격을 올리기 위해 공급량을 대폭 줄이도록 했다는 것이다.
베네수엘라 석유산업노동연맹의 간부 이반 프레이타스는 "과거 쿠바가 그런 것처럼 휘발유가격을 올리기 위해 고의로 품귀현상을 만들어내고 있는 게 분명하다"고 말했다.
니콜라스 마두로 대통령은 지난 8월 "베네수엘라의 휘발유가격을 국제 평균 수준으로 끌어올리겠다"고 밝혔다.
글로벌페트롤프라이스닷컴에 따르면 10월 현재 베네수엘라의 휘발유가격은 리터당 0.01달러, 우리돈 11원 정도로 세계에서 가장 저렴하다.
국경을 맞대고 있는 이웃국가 콜롬비아만 해도 휘발유가격은 리터당 1달러로 베네수엘라보다 100배 비싸다. 때문에 마두로 대통령의 구상은 중장기적으론 합리적이라는 평가를 받기도 했지만 베네수엘라의 경제상황을 감안하면 당장은 지극히 비현실적이라는 지적이 지배적이다.
베네수엘라가 국제 수준으로 휘발유가격을 조정할 경우 소형 자동차의 기름탱크를 가득 채우려면 최소한 2600볼리바르(베네수엘라 화폐 단위)가 든다.
최저임금을 받는 노동자의 경우 1달 월급을 몽땅 써도 기름탱크를 채우기 어렵기 때문이다. 현재 베네수엘라의 최저임금은 1800볼리바르다.
사진=카라보베뇨
남미통신원 임석훈 juanlimmx@naver.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