따라서 유럽, 일본, 미국 등 주요 선진국에서는 고령자 및 만성 질환자의 간병 및 돌봄 서비스를 더 효과적으로 제공하기 위해 로봇을 이용하는 방법을 연구하고 있습니다. 현재 기술 수준에서 만족스러운 간병 및 돌봄 서비스는 어렵지만, 노인 인구가 늘어남에 따라 모든 서비스를 사람이 직접 제공하기 어렵기 때문입니다. 서비스 가운데 일부라도 자동화하면 상당한 비용과 인력을 절감할 수 있습니다.
미국 워싱턴 대학의 시드하르타 스리니바사가 이끄는 연구팀은 거동이 불편한 환자의 식사를 돕는 로봇인 ADA(Assistive Dexterous Arm)를 개발했습니다. ADA는 일본이나 유럽연합에서 개발하는 간병 로봇처럼 사람을 닮은 로봇이 아니라 전동식 휠체어에 부착된 로봇 팔 형태입니다. 따라서 여러 가지 간병 서비스를 제공하기는 어렵지만, 개발 목표가 더 단순해 실용화 가능성이 더 높다는 장점이 있습니다. 그런데 사실 휠체어에 앉은 환자의 식사를 돕는 일도 그렇게 간단한 일은 아닙니다.
포크나 집게를 이용해서 음식물을 잡아 환자의 입에 넣는 과정은 인간에게는 매우 쉽지만, 로봇에게는 상당히 어려운 일입니다. 조립 라인에서 용접을 하는 일과는 달리 그때마다 다른 위치에 있는 목표에 적당한 힘을 줘서 잡아야 하기 때문입니다. 특히 혼자 식사를 하기 어려운 노약자와 환자가 다치면 안되기 때문에 음식물을 조심스럽게 집어 정확하게 입에 가져가야 합니다.
이런 일은 과거에는 거의 불가능에 가까운 일이었지만, 최근 인공지능 기반 이미지 인식 기술이 크게 발전하면서 로봇이 여러 가지 사물을 정확히 인식하고 여기에 맞게 작동할 수 있게 됐습니다. ADA의 경우 음식물이 담긴 접시와 대략적인 음식의 형태, 그리고 주변 환경을 인식하는 알고리즘인 레티나넷(RetinaNet)과 카메라를 통해 음식의 정확한 종류와 위치를 인지하는 알고리즘인 SPNet을 통해 주변 환경과 음식물, 그리고 환자를 인식하고 여기에 맞게 행동합니다.
현재는 초기 개발단계지만 ADA는 당근처럼 단단한 음식과 바나나처럼 부드러운 음식을 적당한 힘으로 포크로 찍은 후 안전하게 입으로 가져갈 수 있다는 것을 보여줬습니다. 포크 이외의 다른 도구나 집게 팔을 이용해 음식을 먹이는 것도 가능합니다. 더 나아가 음식물 이외에 여러 가지 사물을 잡아 사용자를 돕는 일도 가능할 것입니다.
물론 현재 기술 수준을 생각하면 몇 년 안에 돌봄 로봇이 대중화되기는 어려울 것입니다. 하지만 인공지능을 비롯한 관련 기술의 빠른 발전을 볼 때 우리가 로봇의 돌봄을 받는 미래는 생각보다 멀리 있지 않을 수 있습니다. 세계에서 유례없는 속도로 노령화가 진행 중인 우리나라 역시 관심을 가져야 할 부분입니다.
고든 정 칼럼니스트 jjy0501@naver.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