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신경보, 홍콩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 등의 9일 보도에 따르면, 현지시간으로 지난 10월 22일, 간쑤성 동부 칭양시의 한 도서관 측은 이날 중국의 주류의식을 전파하겠다는 ‘굳은 의지’를 표현하기 위해 ‘분서’, 즉 책을 태우기로 결정했다.
도서관 측은 곧장 소장 자료 중 '문제'가 있는 책을 색출했다. 이 과정에서 종교관련 서적 및 특정 정치적·종교적 성향이 짙은 책, 사진 출판물과, 영상 자료 등 총 65점이 걸러졌다.
도서관 측은 직원 두 명에게 도서관 앞에서 해당 도서들을 직접 찢고 불붙여 태우게 했다. 해당 도서관은 “우리 도서관은 핵심 가치관을 교육하고 이를 전파하는 중대한 임무를 담당할 것”이라고 당당하게 밝힌 것으로 알려졌다.
도서관 직원 두 명이 ‘분서’하는 모습의 사진은 현지 SNS를 통해 뒤늦게 알려졌다. 네티즌들은 이 사실과 사진에 분노를 포했으며, 일부는 도서관 측의 행동이 진시황의 분서갱유를 연상케 한다고 지적햇다.
분서갱유는 진나라 승상 이사가 주장한 탄압책으로, 실용서적을 제외한 모든 사상서적을 불태우고 유학자를 생매장 한 일이다. 획일적인 사회통제를 위한 극단적인 정책이었으며, 유가를 일시나마 크게 위축시키는데 영향을 미쳤다. 분서갱유 이후 춘추전국시대 이래 제자백가의 학문 역시 위축됐고, 수많은 고서와 고기록이 사라져 중국 문화에 큰 손실을 가져왔다고 평가된다.
일부 네티즌은 “책을 태웠으니 누가 묻힐 차례냐?”, "책을 태우다니, 비문명적 처사"라고 비꼬았고, 또 다른 네티즌들은 “해당 도서들이 정부의 방향과 맞지 않는다면, 어떻게 도서관까지 넘어가 비치돼 있을 수 있었냐”며 의문을 제기했다.
한편 홍콩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는 해당 도서관의 '분서'가 있기 일주일 전, 중국 교육부가 전국의 초등학교 및 중고등학교 도서관에 불법 도서가 있는지 확인하고 이를 처분하라는 지시를 내렸다고 전했다.
송현서 기자 huimin0217@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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