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캥거루는 애들레이드 시내 중심거리 중 하나인 킹 윌리엄 도로를 따라 이동했다. 사람의 모습이 거의 보이지 않는 텅빈 거리는 마치 암울한 미래를 담은 영화의 한 장면을 연상시킨다. 이 캥거루는 한동안 시내를 돌아다니다가 마침 길을 지나는 차량과 충돌할 뻔한 아찔한 순간도 있었지만, 다행이 아무런 사고 없이 시내 관광을 마치고 공원단지인 웨스트 파크랜드 쪽으로 사라졌다.
해당 CCTV 영상을 SNS에 올리며 함께 게재한 남호주 경찰의 글도 재미있다. 경찰은 “오늘 아침 회색 털가죽을 쓰고 껑충거리며 애들레이드 시내 한복판을 도주 중인 용의자를 추적 중. 마지막으로 목격된 용의자는 웨스트 파크랜드쪽으로 이동 중이었음”이라고 올렸다. 해당 동영상과 글에는 ‘좋아요’를 누르는 많은 시민들의 댓글들이 이어지고 있다.
코로나19로 인간이 사라진 공간에 동물들이 자유롭게 지구를 즐기는 소위 ‘코로나19의 역설’적인 모습은 이번 호주뿐만 아니라 세계 각지에서 목격되고 있다. 아르헨티나의 항구도시 마르델플라타에서는 바다사자들이 길에서 일광욕을 즐기는 모습이 목격되었고, 이탈리아 베네치아 운하에서는 해파리가 목격되기도 했다.
한편 호주는 공공장소에서 3인 이상의 모임을 금지하고 있으며, 생필품 구입, 병원등의 필수적인 업무 이외에는 집에서 머물도록 하는 강력한 사회적 거리두기를 시행하고 있다. 22일 현재 호주의 코로나19 누적 확진자 수는 6647명이며 이중 74명이 사망했다. 한때는 500명에 이르던 하루 확진자 수가 최근에는 강력한 사회적 거리두기에 힘입어 20명 내외로 감소하면서 코로나19 종료의 기대감이 높아지고 있다.
김경태 시드니(호주)통신원 tvbodaga@gma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