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행히 아직 남극에는 코로나 바이러스가 상륙하지 못했으며 그 비결은 격리에 격리를 더했기 때문이다. 현재 남극 대륙에 기지를 두고있는 나라는 우리나라를 포함해 29개국으로 40여 곳의 베이스와 연구센터가 들어서 있다.
흥미로운 점은 남극에 오는 사람도 세계의 다른 나라들과 마찬가지로 14일 간의 격리를 피할 수 없다는 사실. 또한 만약 남극의 인원 중 누군가 코로나19 증상을 보이면 즉시 격리되고 그들과 접촉한 사람 역시 격리된다. 아직은 청정지역이지만 모든 방역 수칙은 보통의 나라들과 같은 셈.
남극의 인도 바라티 기지에서 근무 중인 프라딥 토마 박사는 영국 BBC와의 인터뷰에서 "마치 고립된 공간 안에서 또 고립되는 기분이지만 여기서 코로나19가 발생하면 정말 재앙이 벌어질 것"이라면서 "이곳에서는 더이상 피할 곳도 없고 의료시설도 한정되어 있어 강력한 방역조치를 취하고 있다"고 밝혔다.
보도에 따르면 코로나19 팬데믹(세계적 대유행)이 선언된 지난 3월부터 고립된 남극은 한층더 고립의 강도를 끌어올렸다. 관광을 전면 금지하고 비필수적인 인원은 모두 철수시켰으며, 국가별 기지 간의 접촉도 막았다. 대표적으로 칠레 기지에 경우 우리나라를 비롯 러시아, 우루과이, 중국 등의 기지와도 가까워 평소엔 교류가 활발한 편이었다.
외부에서 부식 등 생활물자가 도착하면 서로 하역을 돕고, 설날이나 크리스마스 등을 맞으면 함께 파티를 벌였다. 그러나 코로나19가 팬데믹으로 번지면서 이런 교류는 모두 끊겼다. 곧 한때는 국적을 초월한 공동체였으나 코로나19로 교류가 차단돼 그 안에서 각자 웅크리고 서로서로 격리한 셈이다.
이처럼 자체적인 방역 노력 덕에 코로나19를 피할 수 있었으나 일부 운도 따랐다. AFP 통신은 "남극은 덜 추운 여름철이 관광 시즌인데 코로나19가 확산할 때가 관광 시즌이 끝나갈 무렵이었다"면서 "평소 관광철엔 한 해 5만 명의 관광객이 펭귄 등을 만나기 위해 남극을 찾는다"고 보도했다.
박종익 기자 pji@seoul.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