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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와우! 과학] 거미도 피하는 불개미의 능력…분비 물질의 비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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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유럽 불개미
보기에는 징그럽지만, 거미는 사실 인간에게 해가 되기보다 이득이 되는 생물이다. 사람에게 병을 옮기는 모기, 파리, 진드기는 물론이고 작물을 갉아먹는 각종 곤충을 잡아먹는 천적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거미가 집안 여기저기에 거미줄을 치기를 바라는 사람은 거의 없을 것이다. 거미줄과 거미 모두 미관상 좋지 않기 때문에 일단 집안에 들어온 거미는 잡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하지만 살충제를 사용해서 거미를 잡는 것은 거미는 물론이고 인간 입장에서도 바람직한 일이 아니다. 집안에서 살충제를 사용하는 것 자체로 실내 환경에 좋지 않은 데다 사람에게 도움이 될 수 있는 익충을 해치는 일이기 때문이다. 물론 집 안에서는 다른 곤충을 사냥하기도 힘드니 거미 역시 들어오고 싶지 않을 것이다. 캐나다에 있는 사이먼 프레이저 대학 연구팀은 좀 더 현명한 대안을 제시했다. 바로 개미가 분비하는 화학 물질을 이용해 아예 처음부터 거미가 집 안으로 들어오지 못하게 하는 것이다.

온갖 곤충을 사냥하는 거미도 포식성이 강한 개미는 피한다. 주변에 먹잇감들이 줄어들 뿐 아니라 집단으로 거미를 사냥하는 경우도 있기 때문이다. 연구팀은 네 종의 흔한 거미를 포획한 후 공격성이 매우 강한 개미인 유럽 불개미(학명·Myrmica rubra)의 신호 전달 물질(semiochemical·페로몬처럼 의사 소통을 위해 분비하는 화학 물질)이 있는 종이에 어떻게 반응하는지 관찰했다. 참고로 이 개미는 거미도 사냥한다.


그 결과 예상대로 모든 거미가 유럽 불개미의 분비물이 있는 종이에는 거미줄을 치지 않고 피했다. 서로 다른 종의 거미들이지만, 모두 유럽 불개미의 냄새를 인지하고 피한 것이다. 만약 이 물질을 대량으로 생산할 수 있다면 적어도 해당 개미가 있는 장소에서는 인간과 거미 모두에 해가 없는 거미 기피제를 만들 수 있다.

이렇게 생물학적 신호 전달 물질을 이용한 해충 구제법은 살충제보다 더 친환경적이고 사람에게도 안전하다. 거미 같은 익충을 내쫓는 용도라면 더 말할 필요가 없다. 아직은 널리 쓰이는 방법이 아니지만, 많은 과학자들이 페로몬 같은 신호 전달 물질에 큰 관심을 보이는 이유다.

고든 정 칼럼니스트 jjy0501@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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