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지 언론에 따르면 15일(현지시간) 멕시코 남부 치아파스주의 타파추알라 이민국 사무소 앞에선 외국인 10여 명이 모여 바늘과 입술을 실로 꿰맸다. 침묵시위를 위해 아예 입을 막아버린 것이다.
시위에 돌입한 외국인은 모두 중미 출신으로 미국 국경을 넘기 위해 멕시코에 입국한 사람들이다. 이들은 "(국경이 있는) 멕시코 북부까지 자유롭게, 합법적으로 이동할 수 있도록 체류허가를 내달라"고 요구하고 있다.
불법으로 국경을 넘을 예정이지만 그때까진 합법적 신분을 보장해달라는 요구다.
베네수엘라를 출발해 멕시코까지 도착했다는 라파엘 에르난데스는 "체류허가를 요청했지만 이민국에서 3~4개월 뒤에야 면담이 가능하다고 한다"며 "이젠 한 푼도 가진 돈이 없는데 그때까지 어떻게 견디라는 것이냐"고 반문하며 분통을 터뜨렸다.
과테말라 출신인 파트리시오 페랄타는 "공원에서 비를 맞으며 노숙한 지 벌써 15일째"라며 "더 이상 거짓말로 우리를 농락하지 말라"고 했다.
외국인 시위에는 멕시코 인권단체들까지 합류, 힘을 보태고 있다. 멕시코의 인권 활동가 이리네오 무히카는 "인도적 차원의 배려가 필요하지만 멕시코는 눈을 감고 있다"며 "시원한 답을 내놓지 않은 채 장난을 치듯 외국인들을 대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그는 "인도적으로 체류허가를 내주겠다고 말은 하지만 약속은 지켜지지 않고 있다"며 "지금까지 체류허가를 받은 외국인을 본 적이 없다"고 덧붙였다.
미국에서 조 바이든 민주당 정부가 출범한 뒤 국경을 넘어 미국으로 건너가려는 불법 이민자는 멕시코에서 큰 사회적 문제가 되고 있다. 미국을 최종 목적지로 삼고 멕시코에 입국하는 외국인이 워낙 많다 보니 멕시코 언론은 대규모 이민자 행렬의 이동 현황이 실시간 중계하듯 보도하곤 한다.
불법 이민을 꿈꾸며 멕시코에 입국하는 외국인은 주로 중미 출신이지만 최근엔 섬나라 쿠바, 남미 베네수엘라 출신도 불어나는 추세다.
국경을 향해 이동하는 과정에서 외국인들은 숱한 역경에 부닥친다. 사고를 당하거나 범죄의 표적이 되기 일쑤다.
지난해 12월에는 불법 이민자 160여 명을 숨겨 태우고 달리던 트럭이 육교와 충돌, 56명이 사망한 바 있다.
손영식 해외통신원 voniss@naver.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