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24일(현지시간) 특별 군사작전을 승인하자 러시아군은 우크라이나 침공을 시작한 지 9시간 만에 수도 키예프 북부까지 진격했다. 주요시설을 점령하는 과정에서 우크라이나인 사상자만 450명이 넘게 나온 것으로 파악됐다.
영국 일간 데일리메일은 이날 전쟁 역사에 정통한 한 영국인 전문가를 인용해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에 대해 앞으로 벌어질 수 있는 시나리오 5가지를 소개했다.
영국 옥스퍼드대에서 오랫동안 현대사 강의를 맡았던 마크 앨먼드 옥스퍼드 위기연구소(CRIOx) 소장은 가장 가능성이 큰 시나리오가 러시아가 우크라이나를 점령하는 것이라고 내다봤다.
앨먼드 소장은 “러시아군의 동시다발적 폭격과 전차부대의 빠른 진군 속도는 우크라이나 침공이 며칠 안에 끝날 수도 있다는 점을 시사한다. 실제로 미국의 소식통들도 키예프가 빠르면 오는 27일 안에 함락될 수 있다고 우려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러시아군 병사와 러시아 연방보안국(FSB·구소련 KGB의 후신) 요원들은 침공에 반대하는 세력을 추적하기 위해 조만간 우크라이나 전역에 침투할지도 모른다. 소수의 우크라이나인만이 러시아에 협조할 준비가 돼 있긴 하지만, 키예프에 괴뢰정부가 들어설 수도 있다”고 지적했다.
그다음 가능성이 큰 시나리오는 우크라이나 측의 반격이다. 앨먼드 소장은 “러시아의 초반 승리는 물거품이 될 수도 있다. 1941년 나치 독일은 우크라이나를 빠르게 제압했지만, 곧 거대한 게릴라 저항 탓에 약화됐다”고 설명했다.
그는 “우크라이나 정부가 무기를 요구한 시민들에게 개인화기를 배포한 것은 러시아군이 매복 공격을 받을 수도 있다는 점을 시사한다. 러시아군 사상자가 늘면 자국에서 전쟁을 반대하는 움직임이 커질 것”이라면서 “1980년대 아프가니스탄 전쟁 중 전사자를 운구하는 모습은 사회적인 불만을 일으켰다”고 지적했다.
하지만 이제 러시아군은 전장에서 이동식 화장 시설을 사용할 수 있다는 주장까지 나오고 있다. 러시아군의 피해가 커지면 특별 군사작전을 승인한 푸틴 대통령에게 큰 부담이 되기 때문이다.
또한 앨먼드 소장은 러시아가 우크라이나를 넘어 진군하는 시나리오와 서방 국가들과의 핵전쟁이 벌어지는 시나리오도 공개했다. 두 가지 시나리오에 대해선 각각 “푸틴의 제국적인 야망을 고려하면 실제 가능성은 남아 있다”, “희박하지만, 완전히 배제할 수는 없다”고 평가했다. 마지막 시나리오는 헛된 희망이긴 하지만, 푸틴 대통령의 갑작스러운 철군 선택이다.
이에 대해 앨먼드 소장은 “만일 푸틴이 우크라이나를 굴복시켜 나토에 굴욕을 주려는 주된 목표를 달성했다고 판단하면 러시아군을 철군할 수도 있다. 갑작스러운 철군은 서방의 경제 제재 중 최악의 상황을 막을 수 있고, 푸틴이 자신을 ‘평화의 중재자’라고 평가할지도 모른다”고 말했다.
윤태희 기자 th20022@seoul.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