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날 CNN은 익명의 미국 고위 관계자 두 명을 인용해 “러시아군이 예상보다 강한 저항과 병력 공급에 예상치 못한 어려움을 겪고 있다”고 보도했다. NYT도 우크라이나군 노력이 효과가 있었던 것 같다고 전했다. 영국 국방부는 “러시아군이 수송 문제와 우크라이나군의 강력한 저항에 시달리고 있다”고 평가했다.
러시아군이 고전을 면치 못하는 원인으로는 여러 가지가 거론됐다. 일단 우크라이나 방위군이 조국을 지키기 위해 자원입대한 민병들로 구성된 반면, 러시아군은 어린 징집병이 대다수라 결속력이 떨어진다는 해석이 있었다. 우크라이나 국방부도 이 점을 파고들었다. 우크라이나 국방부는 “러시아군 병사 대부분 징집병으로, 앞선 군사훈련에 이미 지쳤으며 도덕·심리적 상태도 저조한 것으로 알려졌다. 탈영, 전투 참여 거부, 항복 등에 대한 사실이 있다”고 주장했다.
미국과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 일부 국가가 지원한 신형 무기의 활용도가 눈에 띈다는 분석도 있었다. 분석에 따르면 특히 터키제 무인기 ‘바이탁라르 TB2’ 활약이 두드러졌다. 우크라이나군은 27일 수도 키예프에서 북서쪽으로 100㎞ 떨어진 지토미르주 마린시에서 러시아 중거리 지대공 미사일 시스템 부크(BUK)를 격파했다. 발레리 잘루즈니 우크라이나군 총사령관은 “무인기 ‘바이탁라르 TB2’로 러시아 부크(BUK) 시스템을 겨냥했고, 막대한 타격을 줬다”고 밝혔다.
우크라이나군이 활용한 ‘바이탁라르 TB2’는 2014년 터키가 처음 개발한 정찰·공격용 무인기다. 무인기가 장착한 카메라는 20㎞ 근처 목표물을 레이저로 찾아낼 수 있다. 정찰과 조준 외에 유도 미사일 발사도 가능하다. 최고 고도 약 7600m, 최장 운행 시간 24시간인 이 드론은 300㎞ 떨어진 거리에서도 원격 조종이 가능하다.
우크라이나는 지난해 처음 ‘바이탁라르 TB2’를 도입했다. 같은 해 10월 친러 분리주의 반군이 공격에 맞서 바이탁라르 TB2를 가동, 러시아 곡사포 진지를 격파하기도 했다. 러시아의 침공 위기감이 짙어지자 우크라이나 공군은 터키에서 추가로 무인기를 주문했으며, 미국과 북대서양조약기구(NATO) 일부 국가도 해당 무인기를 지원했다. 현재 우크라이나가 보유한 TB2 드론은 약 20대로 파악됐다.
한편 우크라이나군은 공식 소셜미디어네트워크(SNS)를 통해 24일 이후 러시아와의 교전 결과를 발표했다. 우크라이나군은 러시아의 전면 침공 후 3.5일간 러시아군 4300명이 전사했으며, 러시아 측 항공기 46대, 헬기 26대, 탱크 146대, 수송트럭 60대, 드론 2대, 장갑차량 706대, 다연장포 4문 등이 파괴됐다고 설명했다. 반면 러시아 국방부는 “불행하게도 우리의 동료들이 죽거나 다쳤다”며 구체적인 수치 없이 병력 손실을 시인했다.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으로 인한 민간인 사망자는 최소 64명으로 집계됐다. 유엔난민기구(UNHCR)는 러시아의 전면 침공 이후 우크라이나를 떠나 폴란드, 헝가리, 루마니아 등에 도착한 피란민의 수도 약 36만 8000명에 달한다고 밝혔다.
권윤희 기자 heeya@seoul.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