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제로 로이터 통신과 마리우폴 나우 등 현지 보도 사진을 보면 폭격과 포격으로 부서진 건물과 함께 시내 곳곳에 임시 묘지와 십자가가 세워져 있는 것이 보인다.
인구 40만 명의 평화롭던 항구도시가 죽음의 공간이 된 것은 이곳이 우크라이나 남부의 전략적 요충지이기 때문이다.
마리우폴은 우크라이나 동부 친러시아 반군의 점령지와 2014년 러시아가 우크라이나로부터 무력으로 병합한 크림반도를 연결하는 요충지다. 이에 러시아군은 개전 초기부터 마리우폴을 점령하기 위해 집중적인 공격을 펼쳐왔다. 그러나 좀처럼 승기를 잡지못한 러시아군은 현재 마리우폴을 전략적으로 포위해 시민 아사 작전을 펼치고 있다.
보도에 따르면 현재까지 약 30만 명의 마리우폴 시민들이 피란을 떠났지만 여전히 10만 명은 약도 물도 먹을 것도 없는 도시에 갇혀 죽음의 공포에 시달리고 있다. 세르히이 오를로프 마리우폴 부시장은 최근 영국 BBC와의 인터뷰에서 “시민 일부가 탈수와 식량 부족으로, 일부는 약품과 인슐린 부족으로 죽어가고 있다”면서 "엄마는 우유가 없고, 아이들을 위한 음식도 없다"며 고통을 호소했다.
유엔(UN) 인권사무소는 러시아가 우크라이나를 침공하면서 지난 26일까지 민간인 1119명이 사망하고 1790명이 부상을 당했다고 발표했다. 그러나 실제 피해자 수는 이보다 훨씬 많을 것으로 보인다. 특히 도시 전체가 파괴된 마리우폴에서만 1200명 이상의 민간인이 사망했을 것이라는 추측이 나오고 있다.
UN 인권팀장인 마틸다 보그너는 "마리우폴에 임시 묘지가 늘어가고 있다는 정보를 받고있으나 러시아군의 전방위적인 공격으로 희생자수를 확인하기 어렵다"면서 "민간인들의 피해 규모는 심각한 우려를 불러 일으킬 정도로 이는 국제인도법 위반"이라고 밝혔다.
박종익 기자 pji@seoul.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