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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콩서 피부색 차별 논란...34만명 필리핀 가사노동자들 ‘발끈’

작성 2022.04.14 10:59 ㅣ 수정 2022.04.14 10: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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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콩에서 때아닌 피부색을 기준으로 한 인종차별 문제가 불거져 논란이다. 740만 명의 홍콩 인구 중 약 20분의 1인 34만 명의 필리핀 출신 외국인 근로자들이 최근 홍콩에서 방영된 드라마의 제작진을 겨냥해 인종차별에 대한 사과를 요구하고 나섰기 때문이다. 

논란이 된 것은 지난 4일 홍콩 민영방송 TBV에서 방영을 시작한 드라마 ‘진샤오다샤2’(金宵大厦2)에 출연한 여배우 프란체스카 웡이 필리핀 가사노동자역을 연기하며 자신의 피부색을 인위적으로 어둡게 화장한 것이 문제가 됐다. 

연극이나 드라마 촬영 시 백인 배우들이 다른 인종의 얼굴을 표현하기 위해 피부색을 인위적으로 갈색 화장품으로 진하게 만드는 것을 ‘브라운 페이스’ 논란이 홍콩에 체류 중인 필리핀 출신의 외국인 근로자들 사이에서 불거졌던 셈이다. 

매주 월~금요일 오후 21시 30분(현지시각)의 황금 시간대에 방영되며 홍콩 주민들 사이에 큰 화제가 된 이 드라마의 여주인공 프란체스카 웡은 캐나다계 홍콩 배우로 그는 이 작품에서 필리핀계 가사노동자 역을 연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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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그는 눈에 띄게 어두운 갈색의 분장을 하고 소셜미디어에 등장, 얼굴 뿐만 아니라 팔과 다리에도 어두운 색의 분장을 이어가는 모습을 공개했다. 

SNS에 공개된 영상 속 웡은 “지금 완전히 다른 사람으로 변신 중이다. 썬탠을 하는 것 같은 기분이다”고 발언했고, 그는 이 영상을 촬영하면서 필리핀식 억양으로 발음하려고 애쓰는 모습을 보였다는 것이 현지 언론을 지적이다. 

그의 영상이 SNS에 공유된 직후 현지에 체류 중인 필리핀 커뮤니티에서는 웡의 언행과 드라마 제작진의 캐스팅을 두고 비난의 목소리가 거센 상황이다. 

홍콩에서 모델로 활동 중인 중국계 필리핀 배우 사브리나 맨은 “웡 씨가 역할을 위해 피부를 인위적으로 검게 색칠한 것은 적절한 선택이 아니었다고 생각한다”면서 “필리핀계 노동자들은 지금껏 홍콩을 위해 많은 일을 감당해왔다. 많은 것을 이해하고 감수하며 살고 있는 필리핀 출신의 노동자들에게 드라마 제작진과 웡 씨의 행동은 매우 무례한 것”이라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제작진이 필리핀계 가사노동자 역할을 할 여배우로 홍콩에 체류 중인 필리핀계 배우를 찾는 것은 어렵지 않은 일이었을 것”이라는 점을 거듭 지적하며, 필리핀인 역할을 연기하기 위해 인위적으로 검은색 피부를 칠하는 등의 방법을 동원한 것에 아쉬움을 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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또, 홍콩에서 출생한 필리핀계 작가 지안 소리아노는 “홍콩에는 이미 필리핀 여성을 연기할 수많은 필리핀 여배우들이 있다”면서 “필리핀 출신의 노동자들은 그들의 얼굴로 그들 자신의 이야기를 할 수 있으며,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실제로 지난해 12월 기준, 홍콩에는 총 34만 명의 외국 국적의 가사노동자가 체류 중이다. 이들 중 상당수는 필리핀과 인도네시아 출신자들로 알려져 있다. 

특히 이들은 월평균 4630홍콩달러의 최저 임금을 받으며, 일주일 평균 6일 이상의 고된 노동 환경에 처해 있다는 게 현지 언론 더 스탠다드의 지적이다. 

실제로 홍콩에 체류하며 가사노동자로 일하고 있는 국제이주민연맹의 에니 레스타리 회장은 “이번 TBV의 선택은 현지에 거주하며 각종 차별을 마주해야 하는 외국계 가사노동자들에 대한 분명한 모욕”이라면서 “이번 사건과 같은 문화적 차별은 사실상 홍콩에 존재하고 있는 정치적, 경제적 불평등의 한 단면을 보여준 사례다”고 비판했다. 

문제는 지난 1974년 이후 눈에 띄게 증가하기 시작하며 지난해 30만 명 이상의 필리핀계 가사노동자가 거주하는 것으로 확인된 홍콩에서 필리핀계 이주민에 대한 차별 논란이 이번이 처음이 아니라는 점이다. 

지난 2010년 홍콩의 유명 저널리스트인 타오제가 영문잡지 ‘홍콩 매거진’에 기고한 칼럼에서 ‘필리핀은 하인국가’라고 표현해 인종차별 논란에 불을 지핀 바 있다. 

당시 해당 칼럼에는 중국과 필리핀 사이에 벌어진 남중국해 영유권 분쟁을 겨냥해 ‘하인국가인 필리핀이 주인에게 타격을 입혀서는 안된다’는 주장이 담겼던 것. 

또, 그는 해당 칼럼을 통해 ‘내가 고용한 가사도우미에게 만약 인센티브를 더 받고 싶다면 필리핀 동포들에게 남중국해는 중국 영토라는 것을 말하라고 경고했다’는 내용이 포함됐다. 

당시 논란으로 필리핀 이민국은 타오제를 필리핀 입금 금지 블랙리스트에 올릴 것이라는 강경한 입장을 밝히기도 했다. 

한편, 홍콩은 지난 1970년대 중반부터 비약적인 경제 발전을 하며 필리핀 출신의 외국인 근로자의 근로 이주 문을 개방한 바 있다. 


특히 필리핀 정부는 1974년부터 ‘노동자 해외송출제도’를 시행하며 외화벌이를 독려했고, 홍콩과 필리핀 양국의 이해관계가 맞아 떨어지면서 지난해 기준 무려 34만 명에 달하는 필리핀 가사노동자가 홍콩에 체류 중인 것으로 전해졌다.

임지연 베이징(중국) 통신원 cci2006@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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