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선 인텔은 작년과 비교해서 확실히 나빠진 실적을 발표했습니다. 인텔의 올해 3분기 매출은 153억 달러로 작년 동기보다 20%나 감소했고 순이익도 10억 달러로 85%나 줄어들었습니다. 일반 노트북 및 데스크톱 PC 부분인 클라이언트 컴퓨팅 그룹은 98억 달러에서 81억 달러로 매출이 크게 줄었고 주로 제온 프로세서 부분인 데이터 센터 및 AI 부분 역시 58억 달러에서 41억 달러로 감소했습니다.
하지만 오히려 시장 전망 대비 양호한 성적 덕분에 인텔 주가는 실적 발표 후 10% 이상 반등했습니다. 뒤집어 말하면 시장에서 반도체 대장주 중 하나인 인텔의 실적을 그만큼 나쁘게 봤다는 이야기이기도 합니다.
인텔보다 나중에 실적을 발표한 AMD는 시장 기대치에 미치지는 못했지만, 작년보다 좋은 실적을 발표했습니다. 총 매출액은 55.7억 달러로 전년 동기 대비 29%나 증가했습니다. 다만 순이익은 자일링스 인수 비용이 반영되면서 93% 줄어든 6600만 달러를 기록했습니다.
부분별로 보면 데이터 센터 매출은 16억 달러로 45%나 증가했고 임베디드는 13억 달러로 1549%나 늘었는데 후자의 경우 자일링스 인수에 따른 효과입니다. 아무튼 임베디드와 서버 프로세서 판매 호조로 매출이 많이 늘어난 것은 분명합니다. 같은 기간 인텔 서버 시장 매출이 줄어든 점을 생각하면 고무적인 성과입니다.
그러나 좋지 않은 소식도 있습니다. 라이젠 CPU를 판매하는 클라이언트 부분은 17억 달러에서 10억 달러로 생각보다 큰 폭의 감소세를 보였습니다. PC 수요 둔화로 인텔도 클라이언트 부분이 감소했지만, AMD의 감소폭이 오히려 더 큽니다.
이는 인텔의 12세대 코어 프로세서인 엘더 레이크가 좋은 반응을 얻고 있다는 반증입니다. 여기에 최근 공개된 13세대 코어 프로세서인 랩터 레이크는 가격은 그대로인데 성능은 훨씬 높아져 올해 말 시장 점유율을 더 끌어올릴 수 있을 것으로 예상됩니다. 5년 전 라이젠을 통해 극적인 부활에 성공했던 AMD에게는 아쉬운 상황입니다.
물론 순수하게 전년 동기와 비교하면 올해 3분기에 인텔은 다소 위축됐고 AMD는 꾸준히 성장했습니다. 하지만 내용을 뜯어보면 인텔과 AMD가 서로 아픈 곳에 펀치를 주고받았다는 것을 알 수 있습니다. AMD는 서버 부분에서 성공했고 인텔은 소비자용 시장에서 예상보다 선방했습니다. 이렇게 주고받는 상황은 내년 상반기까지 이어질 것으로 예상됩니다.
인텔의 경우 회심의 대작이었던 사파이어 래피즈 제온 프로세서 출시가 내년으로 연기되어 점점 점유율을 늘려가는 AMD 에픽 프로세서에 당장 대응하기 힘들어졌고 AMD 역시 역작인 라이젠 7000 시리즈가 인텔 코어 13세대보다 경쟁력이 있다고 하긴 어렵기 때문에 일반 소비자용 시장에서 한동안 고전이 예상됩니다.
일단 현재의 반도체 겨울은 모두에게 추운 시절이 될 것입니다. 하지만 2023년에도 인텔과 AMD는 각각 서버와 일반 소비자 시장에 신제품을 내놓으면서 다시 격돌할 예정입니다. 다시 한번 서로 카운터펀치를 날리게 될지 궁금합니다.
고든 정 과학 칼럼니스트 jjy0501@naver.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