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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기는 남미] 아르헨 군부독재에 맞선 저항의 상징, 93세 일기로 사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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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르헨티나 군부독재에 맞선 저항의 상징 에베 데 보나피니(사진)가 사망했다. 데 보나피니는 20일(현지시간) 부에노스아이레스주 라플라타의 한 병원에서 향년 93세로 숨을 거뒀다. 현지 언론은 “노환으로 병원에 입원한 데 보나피니가 회복하지 못하고 결국 사망했다”고 보도했다.

데 보나피니가 사망한 이날은 공교롭게도 아르헨티나 주권의 날이었다. 크리스티나 페르난데스 부통령 등 정부와 정치권 관계자들은 “하필이면 주권의 날 데 보나피니가 하늘의 부름을 받은 건 결코 우연일 수 없다”면서 “독재와 맞서면서 평생 인권투쟁에 헌신한 그가 특별한 날 우리의 곁을 떠났다”고 애도했다.

1928년 태어난 데 보나피니는 아르헨티나에 군부 독재정권(1976~1983)이 들어서기 전까지 평범한 삶을 살던 여성이었다. 1976년 군사 쿠데타로 정권을 잡은 군부 독재정권은 민주세력을 마구 잡아들이며 극도의 공포정치를 폈다. 최소한 3만 명이 실종된 이른바 ‘더러운 전쟁’이다.

대학에 다니며 학생운동에 가담한 데 보나피니의 두 아들 호르헤 오마르(실종 당시 27살)와 라울 알프레도(24), 며느리 마리아 알레한드라(18)는 1977년 2월부터 이듬해 1978년 5월까지 차례로 불법 연행돼 소식이 끊겼다. 세 사람의 생사는 아직까지 공식 확인되지 않았다.

데 보나피니는 이때부터 인권운동가로 변신, 공포의 철권통치를 편 군부에 맞섰다. 라플라타에서 부에노스아이레스 대통령궁까지 매일 100km를 왕복하며 불법으로 연행된 민주세력의 석방을 요구하는 시위를 벌였다. 대통령궁 앞 마요광장에서 매일 시위를 연 데 보나피니는 세계적인 인권단체로 성장한 ‘마요광장 어머니회’의 산파 역할을 했다.

1983년 민주주의가 회복된 후에도 마요광장 어머니회와 데 보나피니는 활동을 중단하지 않았다. “3만 명이 바다에 수장됐다”는 소문이 무성했지만 매주 광장에 모여 실종자 생환과 진상규명을 촉구하는 집회를 열었다.

군부 독재정권은 불법으로 연행한 청년들의 어린 2세들마저 납치, 불법으로 입양하는 등 반인권적 악행을 저질렀다. 데 보나피니와 마요광장 어머니회는 실종자 2세 찾기에 나서 지금까지 불법으로 입양된 실종자 2세 130명에게 뿌리를 찾아줬다.

군부독재가 종식된 지 40년이 되어가지만 마요광장 어머니회는 여전히 실종자 2세 찾기를 계속하고 있다. 데 보나피니는 사망하기까지 이 일을 직접 챙겼다.

1976년 부모가 나란히 연행돼 실종된 후 강제로 불법 입양됐다가 마요광장 어머니회 덕분에 친족을 만난 하비에르 마티아스는 “아직도 우리처럼 부모가 실종된 후 입양된 사람이 400여 명 더 있다고 한다”면서 “아직도 할 일이 많은데 할머니(데 보나피니)가 그만 우리 곁을 떠나시고 말았다”고 안타까워했다.
 


남미통신원 임석훈 juanlimmx@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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