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국 일간지 데일리메일의 보도에 따르면, 영국 옥스퍼드대 연구진은 남극 웨들해에서 표본으로 채취한 공기와 바닷물, 해빙(얼어붙은 바닷물) 등 모든 곳에서 미세 플라스틱 합성 섬유를 발견했다고 국제 학술지 ‘해양과학 프런티어스’(Frontiers in Marine Science) 최신호(11월 21일자)에 발표했다.
연구에 따르면, 모든 표본에서는 주로 옷감에 쓰는 합성 섬유인 폴리에스터가 나왔다. 폴리에스터는 잘게 부서지면 입자가 작은 탓에 바람을 타고 이동될 수 있다. 이는 남극의 동물들과 바닷새들이 잘게 쪼개진 미세 플라스틱 입자를 흡입할 수 있다는 점을 시사한다.
연구진은 대기 궤적의 모형화 분석으로 미세 플라스틱 섬유 수가 더 많이 발견된 지역이 남아메리카 대륙 남부에서 불어오는 바람과 관계가 있다는 점도 밝혀냈다. 특히 바람과 해류는 미세 플라스틱이 지구를 가로질러 심지어 가장 먼 곳까지 이동시키는 매개체 역할을 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또 미세 플라스틱의 농도는 다른 어떤 곳보다 해빙에서 높게 나왔다. 이는 매년 해빙 층이 생성되는 동안 그 안에 미세 플라스틱이 갇히고 있기 때문이다. 기후변화의 영향 탓에 해빙이 매년 빠른 속도로 녹아내리고 있는 만큼, 해빙에 갇혀 있는 미세 플라스틱이 남극 바다로 유출된 위험은 갈수록 커지고 있다.
이번 연구에서는 해수면 아래 323~530m 깊이에서 발견한 퇴적물 표본에 대한 분석도 수행됐다. 해저 퇴적물 표본에서도 미세 플라스틱이 발견됐는 데, 이는 남극의 깊은 바다에 플라스틱이 가라앉고 있다는 증거를 나타낸다.
연구 저자인 루시 우달 교수는 “우리는 미세 플라스틱이 바람과 해류, 해빙에 의해 먼 거리를 이동하고 바다 속에도 가라앉고 있다는 점을 확인했다. 이번 연구 결과는 전 세계적으로 플라스틱 오염을 줄이는 것이 얼마나 중요한지를 잘 보여준다”고 말했다.
미세 플라스틱은 사람이 밀집한 지역뿐만 아니라 깊은 바다나 산과 같이 외진 곳까지 점점 더 널리 퍼지고 있다. 또 육지와 바다의 동식물은 물론 사람 몸속에서 발견되는 사례도 점차 늘고 있다. 전문가들은 플라스틱 입자가 알레르기나 염증성 질환 등과 관련이 있다는 연구 보고가 점차 나오고 있다는 점에서 사람의 건강에 미치는 영향이 클 것으로 우려하고 있다.
윤태희 기자 th20022@seoul.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