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도에 따르면 이날 수도 코펜하겐 국회의사당 앞에는 ‘대기도일’(Great Prayer Day) 폐지에 반대하는 시위대가 모였고 이들은 각자 “공휴일에 손대지 말라”, “전쟁에 반대한다고 말하라”는 등의 목소리를 냈다. 루터교가 국교인 덴마크는 지난 1686년부터 매년 부활절 뒤 네 번째 금요일을 ‘대기도일’ 기념일로 지정해왔다. 사실상 수백 년 동안 주말을 낀 대기도일 연휴가 일종의 명절처럼 시민들에게 인식돼 왔던 것.
그런데 지난해 말 취임한 메테 프레데릭센 총리의 연립정부가 돌연 이날을 공휴일에서 제외하려는 움직임을 보이자 시민들이 대거 비판의 목소리를 내고 있는 상황이다. 정부가 내세운 공휴일 폐지의 주요 사유는 우크라이나 전쟁에 따른 국방비 증액의 필요성이었다.
하지만 덴마크는 근로시간 제도 안에서도 매우 특이한 사례로 꼽힌다는 점에서 정부와 노동계 사이의 합의점을 찾기는 쉽지 않아 보인다는 것이 현지 매체들의 분석이다.
실제로 현행법상 법정 표준 노동시간 없는 덴마크는 사실상 표준 노동시간을 직업별·산업별 단체협약에 따라 규정해오고 있다. 덴마크 노사관계는 법률보다 노사자치에 의해 노사관계와 근로조건의 대부분이 결정되는데, 사회적 파트너 간에 합의된 요청 없이는 국가가 임금 등 고용조건을 직접 개입하지 않는다는 오랜 전통의 합의가 존재한다는 의미다. 즉, 노사 간 단체협약을 통한 자기 규율을 선호해 지금껏 국가의 제정법 입법은 노동법에서 매우 제한적인 역할을 하는데 그쳤던 것.
노사자치가 근로조건 결정에 중요한 역할을 하는 덴마크 정서상 휴일 폐지에 대한 법제화 움직임에 노동계의 강한 저항이 이어질 것이라는 전망이 우세한 이유도 여기에 있다. 하지만 정부의 물러서지 않겠다는 강경한 입장도 만만치 않다. 덴마크 정부는 대기도일 폐지로 기대되는 45억 덴마크 크라운(6억 5400만 달러, 약 8156억 원)의 세수 증대분을 국방예산으로 가져다 쓰겠다는 방침이다.
또 국방비를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 수준에 맞춰 국내총생산(GDP)의 2%로 높이려는 목표를 3년 앞당겨 2030년까지 달성하겠다는 의지를 고수, 복지국가 모델의 단점을 극복하기 위한 대대적인 개혁을 추진하겠다는 목소리를 높여왔다.
특히 의회에서 근소한 차이로 과반을 차지하고 있는 연립정부 역시 노동계의 강한 반대에도 불구하고 공휴일 축소 법안을 통과시키겠다는 강경한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하지만 집회를 주최한 노동조합과 야권, 학계에서는 크게 반발하는 분위기다. 노동자들이 근로시간이 늘어나는 것을 회피하려 할 것이기 때문에 공휴일 축소에 따른 세수 확대가 일시적 효과에 그칠 것이라는 반론이 오히려 힘을 얻고 있는 분위기다.
이날 시위에 참가한 한 시민은 “공유일 축소는 매우 부당한 것”이라면서 “이런 문제는 노동자들과 먼저 상의하는 것이 원칙이다. 정부에게 노동자들의 의지를 전하기 위해 시위를 벌이고 있다”고 말했다.
임지연 통신원 cci2006@naver.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