USB는 원래 5V에서 작동하지만 USB킬러는 컴퓨터에 꽂는 순간 220V를 분출하며 폭발하도록 설계돼 있다고 한다. 찬고 과장은 “작동 원리를 보면 테러범들이 노린 건 기자들의 목숨이 아니라 기자들이 사용하는 컴퓨터였을 수도 있다”며 “컴퓨터에 저장돼 있는 파일들을 비교 분석하면 테러범들이 노린 게 무엇인지 파악할 수 있을지 모른다”고 말했다.
테러미수사건은 20일(현지시간) 에콰도르 수도 키토와 지방 대도시 과야킬에서 동시다발적으로 발생했다. 민영방송 에쿠아비사의 기자 레닌 아르티에다는 이날 과야킬 방송국에서 자신에게 발송된 우편물 1통을 받았다. 편지봉투에는 USB가 들어 있었다.
USB에 무슨 파일이 담겼는지 알려주는 편지나 메모는 없었지만 기자의 본능은 USB를 컴퓨터에 꽂게 했다. 아르티에다는 “바이러스나 악성코드가 담겨있을 가능성을 간과한 건 아니지만 종종 중요한 제보가 이런 식으로 전달되는 일이 있어 내용을 확인하기로 헸던 것”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내용물은 바이러스나 악성코드보다 훨씬 위험했다. USB는 컴퓨터에 꽂자마자 펑하고 폭발했다. 경찰은 “다행히 컴퓨터와 약간의 거리가 있어 얼굴을 약간 다쳤고, 손은 움직이는 데 불편함이 있을 정도로 부상을 입었지만 다행히 중상은 아니었다”고 밝혔다.
폭탄 USB를 받은 기자는 아르티에다뿐 아니었다. 과야킬의 국영방송국 TC 텔레비전과 수도 키토에 있는 텔레아마조나스 방송국에서도 비슷한 사건이 발생했다.
검찰에 따르면 TC 텔레비전의 기자는 폭발물이 든 봉투를 받았고, 텔레아마조나스 방송의 기자는 USB를 받았다. 검찰 관계자는 “동일한 사건이 발생한 사실을 인지한 뒤 확인해 보니 에쿠아비사의 기자 아르티에다가 받은 것과 동일한 USB였다”고 말했다.
에콰도르에서 언론의 자유 운동을 펼치고 있는 비정부기구 푼다메디오는 범행 수법이 매우 흡사해 동일범 내지는 동일 테러조직의 소행으로 추정된다고 밝혔다. 기자 3명에게 발송한 봉투가 동일하고 주소와 수취인 성명을 적은 위치도 똑같아 이런 심증에 더욱 무게가 실린다고 푼다메디오는 설명했다.
현지 언론에 따르면 이날 에콰도르에서 폭발물이 든 봉투를 받은 기자는 1명 더 있었다. 경찰은 4번째 사건을 부인하지 않았지만 수사가 진행 중이라는 이유로 확인을 거부했다.경찰은 사건 발생 직후 범행에 사용된 USB에 군용 폭발물 RDX가 들어 있었던 같다고 밝힌 바 있다.
손영식 남미 통신원 voniss@naver.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