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3일(현지시간) 영국 파이낸셜타임스(FT)에 따르면, 이스라엘 정보기관은 이스라엘군의 가자지구 지상전과 공습으로 하마스의 24개 전투 대대 중 18개 이상이 소규모 게릴라 조직으로 해체됐다고 밝히면서도 하마스 전투원 4만 명 중 절반가량이 죽거나 다쳤다고 추정한다.
레바논 베이루트에 있는 싱크탱크 카네기중동센터(CMEC)의 팔레스타인인 분석가인 예지드 사이그는 이날 FT에 하마스는 지난해 10월 7일 이스라엘 급습으로 발발한 가자지구 전쟁이 중동 전역에서 이스라엘에 대한 대규모 봉기를 일으킬 것이라는 망상을 품었다고 말했다.
그러나 헤즈볼라 등 다른 친(親)이란 무장 세력들이 대부분 억제돼 있고, 요르단강 서안지구에서도 대규모 봉기가 일어나지 않고 있는 상황에서 하마스의 전략은 재앙적으로 잘못된 계산이었다고 사이그는 지적했다.
서안지구 라말라에 본부를 둔 싱크탱크인 호라이즌 센터의 이브라힘 달랄샤 대표도 현재 하마스의 가자지구에 대한 영구 휴전 요구는 “가자지구 민간인을 도우는 것이 아니라 이스라엘의 전쟁 재개를 더욱 어렵게 만들려는 것”이라고 FT에 밝혔다.
이런 이유로 하마스는 영구 휴전과 이스라엘군의 철수, 가자 북부로의 100만 명 이상 난민 복귀, 구호 품 대량 반입 등을 위해 버티고 있는 것이라고 아랍 외교관과 분석가들은 말한다.
달랄샤 대표에 따르면 하마스 가자지구 지도자들은 인질들이 협상에서 자신들이 영향력을 행사할 유일한 보험(수단)임을 잘 알고 있다.
그는 “이 때문에 그들은 협상에서 물러나지 않아 거의 자멸에 가까운 상태가 됐다”며 “인질들을 풀어주고 전쟁이 재개된다면 자신들이 끝장날 것을 알고 있는 것”이라고 덧붙였다.
이스라엘군 고위 관계자에 따르면 아직 해체되지 않은 하마스 대대 중 대부분이 가자의 최남부 도시인 라파와 중부의 데이르 알발라, 누세이라트 난민촌으로 후퇴했다. 베냐민 네타냐후 이스라엘 총리가 라파에 대한 지상전을 단행하겠다고 밝힌 것도 이 같은 이유에서다.
이스라엘과 하마스의 협상이 지지부진하면서 가자지구의 민간인들은 점점 심각해지는 인도적 재앙을 겪고 있다.
일부 분석가들은 이스라엘을 파괴하기 위해 창설됐던 하마스가 이제 생존에만 몰두하고 있다고 지적한다. 하마스가 인질 교환 협상의 일환으로 가자지구의 영구 휴전을 요구하고 있는 것은 이들의 절박한 상황을 보여주는 신호라고 이들은 보고 있다.
아랍 외교관과 분석가들은 하마스 지도자들이 가자지구에 대한 통치가 끝나가면서 이제는 초기의 저항 운동으로 돌아가야 한다는 사실을 깨닫고 있다고 말했다.
달랄샤 대표는 “하마스는 가자지구에서 통치권을 잃었지만 여전히 조직으로서 정치적 생존 출구를 찾고 있다. 그들은 바보가 아니다”며 “그들은 가자지구의 요구사항을 보고 있고 대중과 국제사회가 자신들을 다시는 받아들이지 않을 것임을 깨닫고 있다”고 덧붙였다.
하마스 해외 지도부는 서안지구에 본부를 둔 팔레스타인 자치정부(PA)가 ‘임시 지도위원회’나 새로 구성된 정부를 통해 가자지구에 대한 통제권을 다시 주장하기 위해 협상에 참여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스라엘은 지난 주말 가자지구에서 하마스의 3인자인 마르완 이사가 공습으로 사망했다는 사실을 확인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이런 가운데 하마스의 최고 지도자인 야히야 신와르, 2인자 모하메드 데이프를 비롯해 지난해 10월 7일 이스라엘 급습을 기획한 소수의 지도자들은 여전히 가자지구 지하 터널에서 은신하고 있다.
하마스는 전투원 중 6000명가량만이 순교(사망)했다면서 군사적으로 앞서는 이스라엘군에 맞서 선전 중이라고 주장했다.
윤태희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