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건은 16일 저녁 8시쯤 에콰도르 과야킬에서 발생했다. 운행 중인 시내버스에 3인조 권총강도가 올라타면서 버스는 공포에 빠졌다. 버스에 설치된 CCTV를 보면 3인조 강도는 권총을 빼들고 기사와 승객을 위협하면서 현금과 스마트폰 등 귀중품을 요구했다.
버스를 운전하던 기사는 30년 경력의 57세 베테랑이었다. 기사는 요금으로 받는 현찰을 보관하는 돈주머니를 허리에 차고 있었다. 강도들이 돈주머니를 강탈하려하자 기사가 저항하면서 강도와 기사는 몸싸움을 벌였다. 이 장면은 CCTV에 그대로 녹화돼 있다.
버스에는 기사의 지인인 한 여성이 탑승해 있었다. 몸싸움이 벌어지고 상황이 험악해지자 여성은 불길한 사태를 예감한 듯 강도에게 “제발 쏘지 말라, 쏘지 말라”고 소리쳤다. 그러나 강도 중 1명이 “죽이라”고 하자 또 다른 강도는 주저하지 않고 방아쇠를 당겼다. 총성이 울리면서 버스는 아비규환이 됐다.
기사가 고꾸라지자 3인조 강도단은 서둘러 버스에서 내렸다. 그러나 잔혹함은 여기에 그치지 않았다. 버스에서 내린 3명 강도 중 1명은 다시 버스에 올라 쓰러져 있는 기사를 향해 다시 방아쇠를 당겼다.
총성이 울린 후 신고를 받고 출동한 경찰은 3인조 강도의 인상착의에 대한 증언을 듣고 바로 추적에 나섰다. 출동 경찰력을 늘리고 CCTV를 확인하는 등 대대적 검거작전을 전개한 경찰은 사건 발생 3시간 만에 용의자 2명을 체포했다. 검거된 용의자들은 범행 당시 입고 있던 옷차림 그대로였다.
용의자 중 1명은 강도 등 전과를 가진 24살 청년이었지만 또 다른 용의자는 14살 청소년이었다. CCTV를 보면 기사에게 총을 쏘고 확인사살까지 한 흉악범은 바로 이 청소년이었다.
법조계에 따르면 CCTV 등 증거가 확실해 14살 용의자는 기소돼 법정에 설 게 확실시되지만 최고 8년이 징역을 받게 될 뿐이다. 소년법이 적용되기 때문이다.
현지 언론은 “어린 나이에 흉악범죄를 저지르는 경우가 날로 늘고 있어 법을 개정해야 한다는 여론이 비등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임석훈 남미 통신원 juanlimmx@naver.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