와우! 과학

살충제 대신 해충 잡는 친환경 기생충이 있다? [와우! 과학]

작성 2024.04.23 13:51 ㅣ 수정 2024.04.23 13: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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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선충이 포함된 하이드로젤. 사진=Patrick Fallet
살충제는 농업 생산성을 획기적으로 높인 발명품이다. 살충제 개발 전까진 농작물의 상당 부분을 해충에게 빼앗길 수밖에 없고 이로 인해 흉작이 들면 굶주림에 시달렸던 인류는 살충제 덕분에 배고픔에서 벗어날 수 있었다. 합성 자체는 19세기에 이뤄졌지만, 뒤늦게 살충 효과가 밝혀진 DDT의 경우 살충 효과의 발견만으로도 노벨상을 받았을 정도다.

하지만 인류는 살충제를 사용하고 나서 얼마 지나지 않아 살충제 내성을 지닌 해충의 반격에 직면하게 된다. 설상가상으로 살충제로 인한 환경 오염 문제가 심각해지자 기적의 살충제라고 불린 DDT도 사용이 금지된다. 상황이 이렇게 되자 인류는 살충제 대신 자연적인 천적을 이용한 방법에 눈을 돌렸다. 여기에는 해충을 잡아먹는 천적만이 아니라 해충에 기생하는 기생충도 포함된다. 곤충기생선충(entomopathogenic nematodes·EPNs)이 대표적인 사례다.

흙 속에 살고 있는 작은 벌레인 선충 가운데 일부는 식물이나 동물, 그리고 사람에도 기생한다. 따라서 이 중 일부는 사람과 농작물에도 피해를 주지만, 일부는 농작물을 먹는 해충에 기생해서 사람에게 도움을 준다. 예를 들어 여러 작물을 갉아먹는 조밤나방 유충 표면에 알을 낳는 곤충기생선충은 이미 해충 구제 목적으로 사용되고 있다. 특정 곤충 숙주로 삼는 기생충은 다른 곤충이나 생물을 해치지 않을 뿐 아니라 내성 문제에서도 자유롭다. 숙주도 면역을 키울 순 있지만 기생충 역시 진화를 통해 여전히 이를 따라잡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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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애벌레에 달라붙은 가느다란 선충. 사진=Neil Villard
하지만 곤충기생선충에도 몇 가지 문제점이 있다. 가장 큰 문제점은 대부분의 선충이 피부가 약해 강한 자외선을 견딜 수 없다는 것이다. 따라서 이들은 대부분은 흙 속에 사는데, 이 경우 잎을 갉아 먹거나 줄기에서 수액을 빨아먹는 해충을 잡을 수 없다. 대부분의 경우 물에 선충을 섞어 농약처럼 뿌리고 있으나 이 경우 자외선 때문에 몇 시간 안에 죽어 목표인 해충의 표면에 알을 낳지 못하는 경우가 많다.

스위스 뇌샤텔 대학 패트릭 팔렛이 이끄는 연구팀은 아프리카 르완다에서 조밤나방 애벌레에 기생하는 르완다 현지 토착 곤충기생선충(학명·Steinernema carpocapsae)를 보호용 하이드로겔에 넣는 방법을 개발했다. 이 하이드로겔은 마치 선크림처럼 선충을 보호해 이들이 애벌레 표면에 알을 낳을 수 있는 충분한 시간을 벌어준다.

실제 르완다 현지에서 옥수수밭에 실험한 결과 선충 하이드로겔은 선충을 섞은 물보다 훨씬 뛰어난 해충 구제 효과를 보였다. 하이드로겔을 뿌린 경우 해충의 숫자는 절반으로 감소했으며 옥수수 수확량은 증가했다. 연구팀은 이 방법을 사용하면 헥타르 당 옥수수 수확량이 1톤씩 늘어날 것으로 내다봤다.

물론 실제 농업 분야에서 사용하기 위해서는 경제성도 중요하다. 하이드로겔은 물보다 비싸고 살포하기도 어려운 단점도 존재한다. 하지만 갈수록 늘어나는 살충제 내성 해충과 심각한 환경 문제를 생각할 때 앞으로 기생충을 이용한 생물학적 해충 조절 기술에 더 많은 투자가 필요하다는 점은 의심의 여지가 없다.

고든 정 과학 칼럼니스트 jjy0501@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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