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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쟁의 참상…“불도저로 시신 수백구 짓밟은” 이스라엘 군인의 최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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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가자지구 전쟁에 참전한 뒤 PTSD를 앓다 스스로 목숨을 끊은 이스라엘 예비군 미즈라히. 사진=CNN


이스라엘이 국제사회의 만류에도 불구하고 팔레스타인 무장정파 하마스, 레바논 무장정파 헤즈볼라, 이란 등과 3개의 전쟁을 동시에 치르는 가운데, 참전했던 이스라엘 군인들이 심각한 후유증에 시달리고 있다.

미국 CNN의 21일(이하 현지시간) 보도에 따르면, 자녀 4명의 아버지이자 예비군인 엘리란 미즈라히(40)는 지난해 10월 7일 하마스의 기습 공격 이후 전쟁이 시작되자 징집령을 통해 팔레스타인 가자지구로 전투에 나섰다.

미즈라히는 기습 공격 하루 뒤인 10월 8일 가자지구로 파견돼 총알과 폭발물을 견딜 수 있는 장갑차량인 ‘D-9 불도저’를 운전하도록 명령받았다.

몇 차례 부상 후 그는 참전 6개월 만에 집으로 돌아왔지만, 이스라엘군과 하마스의 전쟁에서 목격한 끔찍한 일들이 그를 엉망으로 만들었고 결국 외상 후 스트레스 장애(PTSD)에 시달리기 시작됐다.

전쟁은 예상보다 길어졌고 점차 확대됐다. 이스라엘 당국은 더 많은 예비군을 징집했고, 또 다시 전쟁터에 나가기 이틀 전 그는 스스로 목숨을 끊었다.

미즈라히의 어머니는 “아들의 몸은 가자지구에서 나왔지만, 가자지구는 그에게서 나오지 않았다. PTSD를 겪다 결국 스스로 목숨을 끊었다”고 전했다.

이어 “내 아들은 많은 사람이 죽는 것을 보았고, 어쩌면 (전쟁터에서) 누군가를 죽였을 수 있다”면서 “하지만 우리는 아이들에게 누군가를 죽이는 일을 하라고 가르치지 않는다. 그래서 아들은 자신이 그런 일을 했을 때 충격이었을 수 있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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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24년 6월 13일 예루살렘에서 거행된 군장례식. 이스라엘 국기로 장식된 미즈라히의 무덤. 사진=CNN


이스라엘군은 전쟁 중 PTSD 또는 정신질환을 앓게 된 군인 수천 명을 돌보고 있다고 밝혔지만, 치료를 요하거나 이미 치료를 받고 있는 군인의 정확한 수치는 공개하지 않았다.

다만 이스라엘 언론인 하레츠가 입수한 군 자료에 따르면, 지난해 10월 7일부터 올해 5월 11일까지 자살을 택한 이스라엘군인은 10명 정도다.

하마스가 지난해 1200명을 잔혹하게 살해하고 250명 이상을 인질로 잡은 후 시작된 이 전쟁은 이스라엘이 건국된 이래 가장 긴 전쟁으로 꼽힌다. 현재는 전선이 레바논까지 확대되면서 일부 군인들은 새로운 전쟁에 징집되는 것을 두려워하고 있다.

가자지구에서 4개월간 근무한 이스라엘군 의무병은 CNN에 “많은 사람이 레바논 헤즈볼라와의 전쟁에 다시 징집될까봐 두려워한다”면서 “우리 중 상당수는 현재의 정부를 믿지 않는다”고 말했다.

역시 가자지구에서 전투 경험이 있는 또 다들 이스라엘 군인은 CNN에 “전쟁 밖의 사람들은 절대 이해할 수 없는 공포를 목격했다”라면서 “수백 명에 달하는 테러리스트(하마스)들을 죽거나 산 채로 밟아야 했다. 그러면 ‘모든 것’이 쏟아져 나온다”고 증언했다.

가자전쟁, 이스라엘의 이전 전쟁과는 다르다1982년 레바논 전쟁을 포함해 6년간 이스라엘군에서 복무한 경험이 있는 킹스칼리지 런던의 정치학자 아론 브레그만 박사는 “가자전쟁은 이스라엘이 치렀던 다른 전쟁과 달리 매우 길게 이어지고 있다”면서 “적 대부분이 민간인이고, 도시 속에서 군인들이 많은 사람에게 둘러싸여 싸우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전투에 나간 이들은 죽은 사람들을 보고, 불도저로 그들의 시신을 잔해와 함께 치운다. 또는 그 위를 지나간다”면서 “많은 사람에게 전쟁 속 군인에서 민간인으로 복귀하는 게 힘들 수 있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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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24년 10월 7일 팔레스타인 가자지구의 황폐화된 동네를 걷고 있는 팔레스타인 사람들. AFP 연합뉴스


CNN에 따르면 가자지구 전쟁에서 전투를 경험하고 살아돌아온 사람 중 3분의 1 이상이 정신건강 문제를 겪고 있다. 이스라엘 국방부 재활부서는 지난 8월 보고서에서 “매달 1000명 이상의 부상자가 치료를 위해 전투에서 철수되고, 이중 35%가 정신 건강에 대해 토로했으며, 27%는 정신적 반응 또는 외상 후 스트레스 장애를 겪고 있다”고 밝혔다.

해당 보고서는 올해 말까지 1만 4000명의 부상 전투원이 치료를 받을 것으로 예상되며, 이중 약 40%가 정신 건강 문제에 직면할 것으로 예상된다는 내용을 포함하고 있다.

이스라엘군 소속 심리학자는 CNN에 “군이 외상을 입은 군인들이 삶을 재개하도록 돕는 방법 중 하나는 그들이 겪은 일을 ‘정상화’하는 것”이라면서 “부분적으로는 지난해 10월 7일 벌어진 공포를 상기시키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스스로 생을 마감한 미즈라히의 가족은 “그는 가자에서 돌아온 뒤 종종 ‘보이지 않는 피’가 몸에서 나오는 것을 느낀다고 말했다”면서 “군대 때문에, 이 전쟁 때문에 더 이상 그는 여기에 없다. 그는 전투에서 총알에 맞아 죽지 않았지만, ‘보이지 않는 총알’에 맞아 죽은 것”이라고 말했다.

송현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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