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무도 모르게 바닷속에서 일어난 물고기 간의 역대 최대 학살사건이 과학적으로 기록됐다. 최근 미국 메사추세츠공대(MIT)와 노르웨이 연구진은 수백 만 마리의 대구떼가 단 4시간 만에 약 1000만 마리의 빙어를 포식했다는 연구결과를 과학저널 ‘네이처 커뮤니케이션스 바이올로지’(Nature Communications Biology) 29일자에 발표했다.
바다에서 이루어진 역대 최대 포식 사건으로 기록된 이번 사례는 10년 전인 지난 2014년 2월 노르웨이 해안에서 벌어졌다. 당시 연구팀은 소나 기반 이미징 기술인 OAWRS 시스템으로 바렌츠해를 탐사하며 데이터를 수집했다. 이 시스템은 음파를 바다로 보내고 반사된 음파를 지속적으로 수집해 이를 이미징하는 기술이다. 최근 연구팀은 당시 수집된 데이터를 재분석해 단 4시간 만에 이루어진 두 어종 간의 상호작용을 확인하는데 성공했다.
당시 연구팀은 산란기가 절정에 오른 ‘열빙어’라는 바다빙어의 개체군을 추적했다. 이 과정에서 약 2300만 마리에 달하는 빙어들이 수㎞에 걸쳐 떼를 형성하기 시작하자, 포식자인 대서양 대구들이 몰려들어 불과 4시간 만에 약 1000만 마리의 빙어를 먹어치웠다. 대구에게는 1년에 한 번 찾아오는 화려한 만찬이 펼쳐진 셈. 연구팀에 따르면 매년 2월 수십억 마리에 달하는 열빙어가 북극에서 남쪽 노르웨이 해안으로 이동해 알을 낳는다. 노르웨이 해안은 특히 열빙어를 잡아먹는 대서양 대구의 중간 기착지이기도 하다.
박종익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