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문가회의 소속 88명 중 63명 “살해는 종교적 의무”
하메네이 복수·호르무즈 재개 반대…사무처는 “공식 입장 아냐”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베냐민 네타냐후 이스라엘 총리를 살해해야 한다는 주장이 이란 최고위 성직자들 사이에서 나왔다. 미국과 이란이 종전 합의 이행을 위한 협상을 이어가는 가운데 이란 내부 강경파가 공개적으로 반발하면서 정치적 갈등이 커지고 있다.
지난달 30일(현지시간) 영국 일간 텔레그래프와 이란 현지 언론 등에 따르면 이란 전문가회의 소속 고위 성직자 88명 중 63명은 성명을 내고 트럼프 대통령과 네타냐후 총리의 살해를 “종교적 의무”라고 주장했다.
이들은 트럼프 대통령을 ‘범죄자 미국 대통령’, 네타냐후 총리를 ‘시온주의 정권의 사악한 총리’라고 지칭했다. 이어 두 사람에게 접근할 수 있는 사람이라면 누구든 “그들을 지옥으로 보낼 의무가 있다”고 밝혔다.
성직자들은 두 정상을 ‘피를 흘려도 책임을 묻지 않는 자’라는 뜻의 이슬람 율법 용어 ‘마흐두르 알담’으로 규정했다. 사실상 처형 대상으로 선포한 셈이다.
하메네이 사망 복수 촉구…협상에도 반기
이번 성명은 지난 2월 미국과 이스라엘의 공격으로 사망한 아야톨라 알리 하메네이 전 최고지도자에 대한 복수를 내세웠다.
이들은 하메네이의 죽음에 대한 보복이 여전히 이란의 최우선 과제라며 트럼프 대통령과 네타냐후 총리를 처벌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란 성직자 사회에서는 하메네이 사망 직후부터 보복을 요구하는 목소리가 이어졌다. 로이터통신에 따르면 당시 이란의 고위 성직자들은 전 세계 무슬림에게 복수를 촉구하는 종교 명령까지 내렸다.
성직자 63명은 현재 진행 중인 미국과의 협상에도 강한 불신을 드러냈다. 이들은 미국이 60일간의 협상 기한이 끝난 뒤 이란을 다시 공격할 수 있다며 합의 내용을 기한 안에 모두 이행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또 호르무즈 해협을 다시 열기로 한 이란 지도부의 결정을 ‘전략적 오류’라고 비판했다. 핵 권리 문제도 미국과의 협상 대상에서 제외해야 한다고 요구했다.
전문가회의 사무처 “공식 입장 아니다”
전문가회의는 이란 최고지도자를 선출하고 감시·해임할 권한을 가진 헌법기구다. 의원 88명은 모두 이슬람 율법을 해석할 자격을 갖춘 고위 성직자로 구성된다. 로이터는 이 기구를 차기 최고지도자를 선출하는 핵심 성직자 조직으로 설명했다.
다만 전문가회의 사무처는 이번 성명이 기구 전체의 공식 입장은 아니라고 선을 그었다. 성명에 참여하지 않은 성직자도 25명에 달한다.
이번 성명은 마수드 페제시키안 이란 대통령이 중부 종교도시 곰을 방문해 미국과의 협상을 옹호한 날 나왔다.
페제시키안 대통령은 종전 양해각서와 후속 협상이 최고지도부와의 조율 아래 이뤄졌다고 강조했다. 반면 강경 성직자들은 협상과 호르무즈 재개를 동시에 문제 삼으며 정부를 압박했다.
미국과의 관계 개선을 추진하는 행정부와 보복을 요구하는 종교 강경파의 충돌이 수면 위로 드러났다는 분석이 나온다. 트럼프 대통령도 최근 이란 지도부가 여러 계파로 갈라져 서로 충돌하고 있다고 주장한 바 있다.
윤태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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