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빈집 넘치는 일본서 신축만 폭등…도쿄 집값의 이상한 역설 [핫이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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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도권 신축 공급 25년 새 4분의 1로 급감
건설비·인력난 겹치며 도심 새집 희소성 커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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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일본 도쿄 주오구 가치도키·도요미초 일대에 고층 주거용 아파트가 밀집해 있다. 일본 수도권에서는 빈집이 늘어나는 가운데 신축 아파트 공급이 줄면서 도쿄를 중심으로 분양가가 역대 최고 수준으로 치솟고 있다. 123RF


빈집이 900만채를 넘은 일본에서 수도권 신축 아파트 가격은 사상 최고치로 치솟았다. 집은 남아도는데 사람들이 원하는 지역의 새집은 부족해지면서 일본 주택시장의 양극화가 한층 뚜렷해지고 있다.

22일 일본 부동산경제연구소에 따르면 올해 상반기 도쿄도와 가나가와·지바·사이타마현을 합친 수도권 신축 분양 아파트 평균 가격은 1억 135만엔(약 9억 2000만원)을 기록했다. 상반기 평균이 1억엔을 넘은 것은 1973년 통계 작성 이후 처음이다.

도쿄도 평균은 1억 4249만엔(약 12억 9000만원)으로 역대 최고치를 새로 썼다. 수도권 전체 가격은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13.1% 올랐고 도쿄도는 9.1% 상승했다. 지바현은 고가 단지 분양 등의 영향으로 56.8% 급등했다.

반면 일본 총무성의 2023년 주택·토지 통계를 보면 전국 빈집은 역대 최대인 900만 2000채에 달한다. 전체 주택의 13.8%가 비어 있는 셈이다. 그러나 이 수치만으로 수도권 신축 가격 상승을 설명하기는 어렵다. 빈집 상당수는 지방이나 노후 주택, 임대 수요가 약한 지역에 몰려 있기 때문이다.

빈집 900만채인데 수도권 새집은 ‘공급 절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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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06년 5월 일본 이시카와현 가나자와 도심에 남아 있던 노후 목조주택. 일본에서는 지방과 노후 주택을 중심으로 빈집이 늘어나는 반면, 수도권 신축 아파트는 공급 감소로 가격이 뛰는 양극화가 나타나고 있다. 123RF


가격을 밀어 올린 가장 직접적인 원인은 공급 감소다. 일본 수도권의 신축 아파트 공급은 2000년 9만 5635가구에서 지난해 2만 1962가구로 줄었다. 25년 만에 4분의 1 이하로 쪼그라든 것이다.

건설사들은 원자재와 인건비가 오르자 사업성이 높은 도심 고급 단지에 집중했다. 그 결과 비교적 저렴한 신축 물량은 줄고 평균 가격은 더 높아졌다. 일본 국토교통성도 최근 주택 착공 감소와 건축비 상승을 주택시장의 주요 부담으로 꼽고 있다.

인공지능(AI) 데이터센터와 물류시설, 재개발 사업이 늘어난 점도 건설 인력 확보 경쟁을 부추겼다. 아파트 현장은 숙련 기술자를 구하기 어려워졌고 공사 기간과 비용도 함께 늘었다.

약한 엔화·외국인 자금까지 도쿄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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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부동산 중개인에게 주택 구매 상담을 받는 고객들. 엔화 약세로 일본 부동산의 체감 가격이 낮아지면서 외국인 자금이 도쿄 주거용 부동산 시장에 유입되고 있다. 기사 이해를 돕기 위한 자료사진. 123RF


해외 투자 수요도 도쿄 집값을 떠받치고 있다. 약한 엔화로 일본 부동산이 외국인에게 상대적으로 저렴해지자 글로벌 자금이 도쿄의 주거·상업용 부동산으로 몰렸다. 로이터통신은 건설 자재와 인건비 상승, 외국인 투자 유입이 일본 부동산 가격을 끌어올렸다고 분석했다. 도쿄 23구의 중고 아파트 가격도 지난해보다 30% 넘게 오른 사례가 나타났다.

일본 땅값도 거품경제 붕괴 이후 보기 드문 상승세를 보인다. 지난해 전국 주거·상업용 토지 가격은 평균 2.7% 올라 34년 만에 가장 큰 상승폭을 기록했다. 교통이 편리한 대도시와 관광지, 재개발 지역이 상승세를 주도했다.

결국 일본의 빈집 문제와 도쿄 신축 가격 폭등은 서로 모순되지 않는다. 사람이 떠난 지역의 오래된 집은 남아돌지만, 일자리와 교통망이 집중된 수도권의 새 아파트는 공급이 줄었다. 일본 주택시장은 ‘집이 부족한 나라’가 아니라 살고 싶은 곳의 새집만 부족한 나라로 바뀌고 있다.

윤태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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