으른들의 미술사

손끝에서 어긋난 실력 [으른들의 미술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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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홍도, ‘씨름도’, 18세기, 종이에 먹, 26.9x22.2cm, 국립중앙박물관


●완벽한 장면 속의 오류

‘씨름도’는 조선 후기 풍속화의 정수를 보여주는 작품으로, 역동적인 인물 배치와 생생한 표정 묘사로 널리 알려져 있다. 화면 중앙의 씨름꾼들이 막 힘을 겨루는 결정적 순간을 그리고 있고, 주변 인물들은 저마다의 자세로 긴장과 흥분을 보여준다. 모두가 숨죽이며 중앙의 씨름꾼들을 바라보는 장면에서 한 사람만 다른 곳을 보고 있다. 바로 엿장수다. 김홍도는 긴장이 고조되는 순간에 엿장수라는 익살스러운 요소를 배치하여 장면에 여유와 해학을 더한다.

긴장과 여유, 해학이 넘쳐나는 이 장면은 얼핏 보면 더할 나위 없이 완전하다. 그러나 시선을 천천히 주변부로 옮기면, 이 완성된 듯한 세계에 미묘한 균열이 숨어 있음을 발견하게 된다. 그것은 중심이 아니라, 가장 조용한 자리, 즉 오른편 아래에 앉아 있는 한 인물의 손에서 시작된다.

●어긋난 손

오른편 아래 두 인물 가운데 왼편 인물은 몸을 약간 뒤로 기댄 채 한 손으로 땅을 짚고 있다. 문제는 그 손의 방향과 손가락 구조가 이상하다는 거다. 손목의 꺾임과 손가락의 배열은 인체의 자연스러운 움직임과 어긋나 있다. 오른팔에 왼손이 붙은 듯한 이상한 모습이다. 그러고 보니 왼팔에 오른손이 붙은 듯 반대편 손 모습도 어색하다. 또 이웃한 인물의 손도 마찬가지다. 마치 급하게 덧붙여진 듯한 이 손은 화면 전체의 치밀한 구조와 대비되며, 보는 이로 하여금 잠시 눈을 비비게 만든다. 김홍도와 같은 대가가 이런 실수를 했다는 사실은 쉽게 납득되지 않는다.

그러나 바로 그 어긋남 때문에 우리는 이 그림이 단순한 재현이 아니라 ‘순간을 붙잡으려는 시도’였음을 깨닫게 된다. 김홍도는 순간적인 움직임과 분위기를 살리는 데 집중하느라 손가락처럼 작은 디테일은 간략화되었을 가능성이 높다. 실제로 씨름 장면은 매우 역동적이라, 손이 비틀리거나 힘이 들어간 모습이 강조된다. 이 과정에서 손가락이 실제보다 짧거나 겹쳐 보이거나 비정상적인 각도로 왜곡되었을 것이다.

●불완전함이 남긴 온기

이 작은 실수는 오히려 그림에 생기를 부여한다. 완벽하게 계산된 구도 속 인물들은 때로 살아 있는 인간이라기보다 정지된 형식에 가깝다. 그러나 이 어색한 손 하나는, 그들이 실제로 숨 쉬고 움직이던 존재였음을 보여준다. 중심의 승부가 아닌 주변에 있는 손의 실수는 그림 전체에 인간적인 온기를 스며들게 한다.

김홍도는 완벽을 목표로 했지만, 결과적으로 남겨진 이 작은 어긋남 덕분에 우리는 이 작품을 더욱 깊이 기억하려 한다. 결국 이 오류는 순간을 붙잡으려 했던 손의 떨림이고, 삶의 속도를 따라잡으려 했던 시선의 흔들림이다. 씨름판의 긴장, 구경꾼의 열기, 흙먼지의 냄새까지 모두 담아내려 했던 화가는 결국 한 장면 속에 ‘완벽한 질서’가 아니라 ‘살아 있는 현실’을 남겼다. 그 모든 것이 그 작은 ‘흠’ 속에 살아 있기 때문이다.

잘못 그려진 손은 눈앞에서 벌어지는 장면을 놓치지 않으려는 급박함 속에서 태어난, 누구나 하는 실수에 가깝다. 원숭이도 나무에서 떨어질 수 있고, 김홍도도 실수할 수 있다. 결국 그 손은 틀린 것이 아니라, 김홍도가 남긴 가장 솔직하고 인간적인 흔적이다. 그래야 ‘저세상 예술가’가 아니라, 우리 곁에 살았던 국민화가로 느껴진다.

이미경 연세대 연구교수·미술사학자 bostonmural@yonsei.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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