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산 드론도 원산지 요건 충족해야 15% 관세
中 부품·소프트웨어 사용 비중이 핵심 변수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수입 드론과 관련 부품에 최대 100%의 관세를 부과하기로 한 가운데 한국산에는 15%의 상대적으로 낮은 관세율을 적용하기로 했다. 하지만 한국에서 만든 드론이라고 모두 15% 관세를 적용받는 것은 아니다. 핵심 하드웨어와 소프트웨어, 기술의 원산지가 어디인지에 따라 관세율이 달라질 수 있어 중국산 부품 의존도가 새로운 변수로 떠올랐다.
백악관이 13일(현지시간) 공개한 포고문과 설명자료에 따르면 트럼프 대통령은 무역확장법 232조를 근거로 수입 무인항공시스템(UAS)과 관련 부품에 대한 관세 부과를 결정했다. 미국 정부는 외국산 드론과 부품에 대한 과도한 의존이 국가안보를 위협한다고 판단했다.
관세율은 드론의 크기와 기능에 따라 다르다. 최대이륙중량이 25㎏을 넘거나 열화상 장비를 탑재한 드론, 도킹 스테이션과 일부 핵심 부품에는 100% 관세를 매긴다. 상대적으로 작은 드론과 일부 부품에는 25% 관세를 적용한다.
한국과 유럽연합(EU), 일본, 대만, 스위스, 리히텐슈타인에는 15%, 영국에는 10%의 별도 관세율을 적용한다. 중국산 드론이 사실상 고율 관세의 직격탄을 맞는 반면 한국 업체에는 미국 시장에서 가격 경쟁력을 높일 기회가 생긴 셈이다.
하지만 여기에는 조건이 붙었다. 백악관은 해당 국가의 낮은 관세율을 적용하려면 드론의 하드웨어와 소프트웨어, 기술의 ‘실질적으로 전부’가 한국을 비롯한 지정 국가와 미국에서 유래해야 한다고 밝혔다. 포고문도 수입업자가 핵심 부품과 기술의 원산지를 인증하도록 했다.
韓에서 조립해도 中 핵심부품 많으면 변수
결국 완제품의 최종 조립지가 한국이라는 사실만으로 15% 관세 적용을 보장받는 구조는 아니다. 중국산 모터나 전자식 속도제어기(ESC), 배터리 등 핵심 부품을 얼마나 사용하는지가 관세 적용 과정에서 중요해질 수 있다.
미 상무부 조사에서도 이런 공급망 문제가 확인됐다. 백악관에 따르면 미국에서 생산하는 상업용 드론조차 모터와 ESC, 리튬이온 배터리, 도킹 스테이션 등 주요 부품을 해외 공급처에 크게 의존한다. 미국 정부는 이런 구조가 지정학적 충돌이나 공급망 차질 때 안보 취약점으로 이어질 수 있다고 봤다.
소프트웨어도 관세 판단의 중요한 요소다. 미 상무부는 일부 외국산 드론의 소프트웨어가 제조업체가 있는 해외로 데이터를 전송해 해당국 정부가 이를 활용할 가능성이 있다고 지적했다. 트럼프 행정부가 완제품의 제조국뿐 아니라 소프트웨어와 기술의 출처까지 따지는 배경이다.
이에 따라 이번 조치는 중국산 완제품을 미국 시장에서 밀어내는 것을 넘어 드론 공급망에서 중국산 핵심 부품과 기술의 비중을 줄이려는 성격도 강한 것으로 풀이된다. 한국 업체로서는 미국 시장 진입 문턱이 중국 업체보다 낮아지는 동시에 부품 공급망을 재편해야 하는 과제를 안게 됐다.
中 의존 낮추면 K드론엔 미국 시장 기회
반대로 핵심 부품과 소프트웨어의 중국 의존도를 낮춘 국내 업체에는 기회가 될 수 있다. 미국이 자국만으로 드론 수요를 충족하기 어렵다고 인정하면서 한국과 일본, 유럽 등 동맹·우방국에 상대적으로 낮은 관세율을 열어뒀기 때문이다.
백악관은 드론이 현대전의 핵심 기술이며 현재와 미래의 미군 작전에서 중요성이 커지고 있다고 강조했다. 특히 값싼 드론이 훨씬 비싼 무기체계와 시설을 파괴할 수 있다는 사실이 최근 전쟁에서 확인됐다며 자국 드론 산업 기반을 빠르게 확대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미국 정부는 현지 생산을 확대하는 기업을 위한 인센티브 프로그램도 마련할 계획이다. 트럼프 행정부가 관세와 미국 내 생산 유인을 동시에 꺼내 들면서 글로벌 드론 업체들의 공급망 재편 경쟁도 빨라질 전망이다.
100%와 25% 관세는 포고문 서명 21일 뒤인 다음 달 3일부터 적용된다. 다만 상대적으로 민감도가 낮은 일부 드론 부품은 180일의 유예기간을 둔다. 결국 한국 드론 업계에는 15%라는 낮은 관세율 자체보다 **어떤 국가의 부품과 기술로 제품을 구성하느냐**가 미국 시장 공략의 새로운 관건이 될 것으로 보인다.
윤태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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