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성 “자발적 결혼·양가 동의” 주장했지만…법원 “혼인이 나이 올려주진 않아”
인도에서 양가 가족의 동의를 받아 16세 여성과 결혼한 남성이 아내와 성관계를 했더라도 미성년자 성범죄에 대한 형사책임을 피할 수 없다는 법원 판단이 나왔다. 결혼이 유효하다고 하더라도 18세 미만을 보호하는 아동성범죄법이 우선한다는 취지다.
27일(현지시간) 타임스오브인디아와 인도 법률매체 바앤벤치 등에 따르면 델리 고등법원은 최근 미성년 아내와 성관계한 혐의로 수사를 받는 남성 빌랄 측이 제기한 사건 취소 청구를 기각했다.
법원 기록에 따르면 여성은 2008년 9월생으로, 2024년 12월 결혼 당시 16세 3개월이었다. 남편은 당시 28세에 가까웠다. 두 사람은 결혼 후 함께 살았고 여성은 임신했다.
이후 여성이 임신 상태로 정부 병원을 찾으면서 미성년자인 사실이 당국에 알려졌다. 여성은 결혼이 자신의 의사에 따른 것이었고 양가 가족도 동의했으며, 강요나 폭력은 없었다고 주장했다. 남편의 보석 심리에서도 그의 곁에 있고 싶다는 뜻을 밝혔다.
“결혼해도 16세는 16세”…개인법보다 아동보호법 우선부부 측은 이슬람 개인법을 근거로 맞섰다. 여성은 사춘기에 이른 뒤 혼인했기 때문에 결혼이 유효하고, 혼인 이후 부부 관계에도 형사책임을 물을 수 없다는 취지였다.
하지만 산지브 나룰라 델리 고법 판사는 결혼의 민사상 효력과 미성년자와의 성관계에 따른 형사책임은 별개라고 판단했다.
법원은 “쉽게 말해 결혼이 아이의 나이를 앞당겨주지는 않는다”며 “결혼식 전에 16세였던 사람은 결혼식 뒤에도 16세”라는 취지로 지적했다.
인도의 아동성범죄보호법(POCSO)은 18세 미만을 아동으로 규정한다. 당사자가 성관계에 동의했다고 주장하더라도 법적으로 성적 동의 능력을 인정하지 않는다. 인도 형법 체계인 바라티야 냐야 산히타(BNS) 역시 18세 미만 여성과의 성관계를 강간으로 규정하며, 배우자에게 적용되는 예외도 아내가 18세 이상일 때만 인정한다.
재판부는 이슬람 개인법상 결혼이 유효한지 여부를 이번 사건에서 판단할 필요도 없다고 봤다. 결혼이 유효하다고 가정하더라도 18세 미만 아내와의 성관계에 대해 POCSO나 BNS 적용을 막는 면책 사유가 되지는 않는다는 것이다.
남편 사건 취소 요구 기각…과거 판결과도 다른 방향이에 따라 법원은 남편 측이 요구한 형사사건 취소를 받아들이지 않았다. 남편에게 유죄를 확정한 것은 아니며, 미성년 아내와의 성관계 혐의에 대한 형사절차를 계속 진행할 수 있다고 판단한 단계다.
이번 판결은 과거 델리 고법의 일부 판단과도 차이가 있다. 2022년 다른 재판부는 이슬람 개인법에 따라 혼인한 미성년 여성과 남편의 성관계에 POCSO가 적용되지 않을 여지가 있다는 취지의 판단을 내린 바 있다.
반면 올해 케랄라 고법도 개인법상 혼인의 유효성을 이유로 미성년 배우자와의 성관계에 대한 POCSO 적용을 피할 수는 없다는 입장을 내놨다. 이번 델리 고법 판결 역시 혼인 여부보다 ‘18세 미만 보호’라는 형사법 원칙을 우선한 판단으로 현지 주요 매체의 주목을 받고 있다.
윤태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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