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AI는 KF-21 완제기 경험, 대한항공은 무인기·스텔스 기술 강점
유·무인 복합전투체계 시대 맞아 차세대 전투기 주도권 주목
한국이 KF-21 보라매 개발을 마무리하고 차세대 전투기 개념연구에 들어가면서 국내 항공업계의 다음 주도권에도 관심이 쏠린다. KF-21 체계개발을 이끈 한국항공우주산업(KAI)이 다시 중심에 설지, 무인기와 스텔스 기술을 축적해온 대한항공이 역할을 넓힐지가 관전 포인트다.
다만 두 회사가 차세대 전투기 주관업체 자리를 놓고 공식 입찰 경쟁에 들어간 것은 아니다. 정부는 아직 미래 전투기의 임무와 요구 성능, 기체 형상 등을 정하는 개념연구 단계에 있다. 따라서 현재의 ‘경쟁’은 향후 정식 사업이 시작됐을 때 누가 더 큰 역할을 맡을 수 있느냐를 둘러싼 산업 구도에 가깝다.
앞서 방위사업청은 ‘한국형 차세대 전투기 개념연구’ 용역을 추진했다. 연구 기간은 14개월이다. 유·무인 복합전투체계와 인공지능(AI), 광대역 스텔스 등을 반영한 운용개념과 기체 형상을 도출하는 것이 목표다.
항공 전문매체 에이비에이션위크는 지난 27일(현지시간) 한국이 KF-21 이후 미래 전투기 설계 역량을 이어가기 위한 연구에 들어갔다고 전했다. 아직 정식 체계개발 사업은 아니지만, KF-21 다음 세대를 어떤 방식으로 준비할지 밑그림을 그리는 단계가 시작된 셈이다.
KF-21 만든 KAI…완제기 개발 경험이 가장 큰 자산
KAI의 가장 큰 강점은 KF-21 개발 경험이다.
KAI는 KF-21 체계개발 주관업체로 설계와 시제기 제작, 비행시험, 양산 준비까지 전 과정을 경험했다. 전투기 한 대를 만드는 것뿐 아니라 엔진과 레이더, 항전장비, 무장 등 여러 체계를 하나의 항공기에 통합하고 검증하는 능력을 축적했다.
이 경험은 차세대 전투기 사업에서도 중요한 자산이 될 수 있다. 미래 전투기가 스텔스와 AI, 무인체계를 더 많이 받아들이더라도 최종적으로는 수많은 장비와 소프트웨어를 하나의 유인 전투기 체계로 묶어야 하기 때문이다.
KAI도 이미 KF-21 이후를 겨냥해 영역을 넓히고 있다. 지난 6월 공개한 AI 기반 차세대 공중전투체계(NACS)는 KF-21과 협동전투무인기, 정찰·전자전 무인기 등을 하나의 전투망으로 연결하는 구상이다. KAI는 이를 통해 유인 완제기 업체에서 유·무인 복합전투체계 사업자로 사업 범위를 확대하고 있다.
NACS에서는 조종사가 탄 전투기가 위험 지역 밖에서 무인기들을 지휘한다. 무인기는 먼저 적 방공망 안으로 들어가 정찰과 전자전, 타격 임무를 수행한다. KAI가 완제기 경험뿐 아니라 AI와 무인체계 연동 기술까지 확보하려는 이유다.
대한항공은 무인기·스텔스…미래 전투기의 ‘다른 절반’
대한항공의 출발점은 다르다.
대한항공은 군용 무인기와 항공기 구조물, 군용기 성능개량 사업을 오랫동안 수행해왔다. 특히 차세대 스텔스 무인전투기 KUS-FC 등을 통해 무인전투기와 저피탐 기술을 개발해왔다.
이 경험은 차세대 공중전에서 중요성이 더 커질 수 있다. 미래 전투기는 유인 전투기 한 대의 성능만으로 평가하기 어렵기 때문이다. 여러 무인기가 유인기와 정보를 공유하고 정찰·전자전·타격 임무를 나눠 맡는 유·무인 복합 운용이 핵심 요소로 꼽힌다.
즉 KAI가 유인 전투기 전체를 설계하고 통합한 경험에서 앞선다면, 대한항공은 무인기와 스텔스 무인체계 분야에서 다른 강점을 갖고 있다.
다만 이를 곧바로 KAI는 유인기, 대한항공은 무인기라는 고정된 역할 분담으로 볼 수는 없다. KAI 역시 협동전투무인기와 AI 기반 유·무인 복합체계 개발을 확대하고 있고, 대한항공도 군용 항공기 개발·개량 경험을 갖고 있다.
결국 두 회사의 사업 영역이 미래 전투기 분야에서 점차 겹칠 가능성이 커지고 있는 셈이다.
정식 경쟁은 아직…경쟁보다 ‘체계 통합’이 더 중요할 수도
차세대 전투기 사업이 실제로 어떤 형태로 추진될지는 아직 정해지지 않았다.
개념연구 이후 군 소요 제기와 선행연구, 사업타당성 검토 등을 거쳐야 정식 체계개발 여부를 결정할 수 있다. 주관업체 선정 방식과 업체별 역할도 아직 확정되지 않았다.
때문에 향후 사업이 한 회사의 단독 체계개발 방식으로 진행될지, 여러 업체가 분야별로 역할을 나누는 방식이 될지도 현재로서는 알 수 없다.
차세대 전투기는 기체만 만드는 사업이 아니기 때문이다. 스텔스 소재와 엔진, 센서, 전자전 장비, AI, 무인기, 데이터링크까지 하나의 전투체계로 연결해야 한다.
KAI가 유인 전투기 체계통합을 주도하고 대한항공이 무인기나 특정 스텔스 분야에서 참여하는 협업 구조도 가능하다. 반대로 사업 구조에 따라 두 회사가 주도권을 놓고 경쟁할 가능성도 있다.
따라서 지금 단계에서 중요한 질문은 단순히 KAI냐 대한항공이냐만은 아니다.
KF-21 개발로 확보한 유인 전투기 설계·통합 능력과 국내에서 축적한 무인기·스텔스 기술을 어떻게 한 체계로 묶느냐가 더 큰 과제다.
KF-21이 한국의 독자 전투기 개발 능력을 보여줬다면 그 다음 전투기는 그 능력을 AI와 스텔스, 무인체계까지 확장하는 시험대가 된다. KAI의 완제기 경험과 대한항공의 무인기 경험이 경쟁할지, 서로 결합할지가 한국형 차세대 전투기의 또 다른 관전 포인트다.
윤태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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