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산안창호함, 161일간 2만8000㎞ 태평양 왕복 항해 후 진해 복귀
AIP·소음관리·탐지·전투체계 성능 입증…원해 작전능력도 확인
국내 기술로 독자 설계·건조한 3000t급 잠수함 도산안창호함이 161일간의 태평양 왕복 항해를 마치고 돌아왔다. 한국 잠수함이 태평양을 왕복 횡단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가장 눈에 띄는 성과는 미국 하와이에서 열린 2026 환태평양훈련(RIMPAC·림팩)에서 나왔다. 도산안창호함은 모의전투에서 다른 함정에 한 번도 탐지되지 않은 채 28차례 공격에 성공했다.
잠수함 전투에서 핵심은 먼저 상대를 발견하면서도 자신의 위치는 들키지 않는 것이다. 도산안창호함이 반복해서 공격 기회를 확보한 배경에는 장시간 잠항을 돕는 공기불요추진체계(AIP)와 소음 관리, 국산 탐지·전투체계가 복합적으로 작용한 것으로 볼 수 있다.
해군에 따르면 도산안창호함은 지난 3월 25일 경남 진해 해군기지를 출항해 괌과 미국 하와이, 캐나다 서부 등을 거쳐 1일 오전 진해로 복귀했다. 161일 동안 항해한 거리는 총 2만 8000여㎞에 달한다.
이번 항해에서 진해와 캐나다 서부를 잇는 약 1만 4000㎞ 구간을 소화하면서 한국 잠수함의 기존 최장 항해 기록도 넘어섰다. 해군 전문 매체 네이벌뉴스는 지난 5월 도산안창호함의 캐나다 도착을 한국 잠수함 최초의 태평양 횡단이자 역대 최장 항해로 평가했다.
태평양 2만 8000㎞…장거리 잠항 뒷받침한 AIP
이번 원정은 단순히 먼 거리를 항해했다는 데 그치지 않는다. 잠수함이 수개월 동안 원해에서 작전을 지속하려면 추진체계와 전투체계, 정비 신뢰성뿐 아니라 승조원 생활환경까지 함께 뒷받침돼야 한다.
도산안창호함에는 AIP가 적용됐다. 디젤 잠수함은 일반적으로 배터리를 충전하려면 일정 시점에 수면 가까이 올라와 스노클을 사용해야 하지만 AIP를 활용하면 이런 노출을 줄이면서 수중 작전 시간을 늘릴 수 있다.
다만 AIP 하나만으로 은밀성이 결정되는 것은 아니다. 선체와 추진계통에서 발생하는 소음을 얼마나 줄이느냐, 상대 함정의 음향 신호를 얼마나 먼저 탐지하느냐, 확보한 표적 정보를 전투체계가 얼마나 빠르게 처리하느냐가 함께 중요하다.
도산안창호함에는 전투체계와 소나 등 주요 핵심 장비에도 국내 개발 기술이 대거 적용됐다. 이번 림팩 성과는 이런 장비들이 다국적 해상훈련 환경에서도 실제 작전 절차에 맞춰 운용됐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
해군은 이번 항해를 통해 작전 지속 능력과 장비 신뢰성, 승조원 편의성도 확인했다고 평가했다.
해외에서도 도산안창호함의 장거리 전개에 주목했다. 네이벌뉴스는 지난 5월 북미 전개를 한국산 잠수함의 장거리 지속 운용 능력을 보여준 사례로 평가하며, KSS-Ⅲ 플랫폼이 연안이 아닌 원해에서도 임무를 수행할 수 있음을 보여줬다고 짚었다.
이번 원정에는 방산 수출과 맞닿은 일정도 포함됐다. 도산안창호함은 캐나다 해군과 연합협력훈련을 실시했고 캐나다 해군 승조원 2명이 하와이에서 승함해 북미까지 실제 운용을 경험했다.
또 연합 C4I(지휘·통제·통신·컴퓨터·정보) 체계를 이용해 캐나다 태평양함대사령부와 교신하며 상호운용성도 점검했다. 네이벌뉴스는 당시 전개가 캐나다 잠수함 사업을 겨냥한 한국 측 수출 활동과도 맞물렸다고 평가했다.
피탐 ‘0회’…먼저 찾고 먼저 공격했다
도산안창호함이 림팩에서 기록한 피탐 ‘0회’와 28차례 모의공격 성공은 잠수함의 기본 전투 방식과 맞닿아 있다.
잠수함은 적 수상함이나 잠수함보다 먼저 상대를 찾아내고 유리한 공격 위치를 확보해야 한다. 반대로 자신의 위치가 먼저 노출되면 생존성이 급격히 떨어진다.
따라서 피탐 없이 공격 기회를 반복해서 확보했다는 것은 도산안창호함이 소음 관리와 수중 탐지, 표적 정보 처리, 전투체계 운용을 종합적으로 수행했다는 의미로 볼 수 있다.
특히 림팩은 여러 국가의 수상함과 잠수함, 항공 전력이 함께 참여하는 대규모 다국적 훈련이다. 이런 환경에서 장기간 잠항하며 위치를 숨기고 공격 기회를 확보했다는 점에서 단순한 장거리 항해 기록 이상의 평가를 받을 만하다.
도산안창호함의 이번 귀환은 한국 잠수함의 활동 반경이 한반도 주변 해역을 넘어 태평양까지 확대될 수 있음을 실제 항해로 보여줬다는 데 의미가 있다.
장거리 항해와 연합훈련, 모의전투 성과까지 한 번에 쌓으면서 국산 잠수함의 원해 작전 능력과 향후 수출 경쟁력을 뒷받침할 실적도 추가하게 됐다.
윤태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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