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특사단이 돌아가자마자 러시아와 우크라이나가 마치 기다렸다는 듯 난타전을 재개했다. 러시아 독립매체 모스크바 타임스는 7일(현지시간) 이날 새벽 우크라이나군이 벨고로드, 페름, 크림반도에 대규모 드론 공습을 가해 최소 6명이 숨졌다고 보도했다. 러시아 당국에 따르면 우크라이나 국경 인근 벨고로드 지역에서 드론이 차량을 공격해 그 안에 타고 있던 남녀 두 명이 사망했다.
또한 우크라이나 동쪽으로 약 1300㎞ 떨어진 페름 지역에서 드론이 아파트와 충돌해 1명이 숨지고 4명이 부상을 입었다. 특히 이 장면은 생생하게 촬영됐는데, 소셜미디어에 공유된 영상을 보면 드론 한 대가 굉음을 내며 아파트를 향해 돌진한 후 충돌해 큰 화염과 함께 폭발한다. 이에 대해 모스크바 타임스는 이 드론이 페름에 있는 러시아 루코일 정유시설을 공격하려 했으나 경로를 이탈해 아파트와 충돌한 것으로 추정했다.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대통령은 7일 소셜미디어 엑스에 “우크라이나군이 러시아 본토 깊숙한 곳에 있는 페름과 타타르스탄 공화국의 석유 정유시설, 쿠르스크주의 러시아 자폭 드론 시설을 정확히 타격했다”고 밝혔으나 아파트 충돌 및 민간인 피해에 대해서는 언급하지 않았다.
7일 우크라이나의 드론 공습이 있었던 직후인 8일 새벽 러시아는 수도 키이우를 비롯한 우크라이나 전역에 대규모 미사일 및 드론 공습을 감행했다. 우크라이나 언론에 따르면 러시아는 이번 공격에 탄도 미사일과 순항 미사일, 수백 대의 드론을 동원했으며 이 과정에서 2명이 사망하고 7명이 부상을 입었다. 비탈리 클리치코 키이우 시장은 “이번 공격으로 교육기관을 포함해 도시 곳곳에서 화재가 발생했다”고 밝혔다. 인접국인 폴란드군은 러시아의 공격 규모가 상당해 자국 영공 보호를 위해 군용기를 출격시켰다고 알렸다.
특히 양국의 공격은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특사단의 순방이 끝난 직후 벌어졌다는 점에서 관심을 모은다. 앞서 스티브 윗코프 특사와 트럼프 대통령의 맏사위 재러드 쿠슈너는 5일 모스크바에 도착해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과 3시간 동안 회담했다. 이어 6일에는 키이우에서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대통령을 3시간 동안 만나 종전안을 논의한 뒤 출국했다. 미국은 이번 연쇄 회담을 계기로 3자 회담 재개 가능성을 끌어올리려 하고 있다. 윗코프 특사는 이번 방문을 마친 후인 7일 엑스 계정에 “추가 3자 회담 일정 조율 등 실질적 진전이 이뤄졌다”고 밝혔다. 크렘린궁 역시 “3자 회담 재개 가능성을 배제하지 않는다”며 전향적인 입장을 전해 이번 특사단 방문의 가장 큰 실질적인 성과로 꼽힌다. 다만 양국의 핵심 쟁점인 영토 문제는 좀처럼 입장 차이를 좁히지 못하고 있다.
박종익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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