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뿔형 탄두·고체연료 추진체 결합 추정…추적 실패 증거·AI 적용 방식은 미공개
북한이 한국과 일본 군당국의 미사일 추적 실패를 주장하며 “이 타격을 피할 방법은 사실상 없다”고 장담했다. 그러나 추적 회피와 요격 불가능은 별개의 검증 문제다. 공개 사진에서는 탄두와 추진체의 변화 가능성이 드러났지만, 북한이 내세운 성능을 입증할 자료는 부족하다.
조선중앙통신은 4일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전날 새벽 동부 지역에서 진행한 중거리 전략미사일 발사 훈련을 참관했다고 보도했다. 북한은 극초음속 전략무기 운용 부대의 숙련도 등을 평가했다며, 미사일이 동해상 1000㎞ 거리의 목표점을 명중했다고 주장했다.
사진에는 김 위원장과 딸 주애, 배우자 리설주가 현장을 지켜보는 모습이 담겼다. 김 위원장은 전략적 공격 수단의 신뢰성과 치명성을 상대에게 반복적으로 인식시켜야 한다며 핵 무력 강화 노선을 재확인했다.
주애 뒤편 모니터에는 하강하다 다시 상승하는 ‘풀업’ 기동을 거쳐 활공하는 형태로 보이는 붉은색 궤적이 나타났다. 다만 북한이 공개한 화면만으로 실제 비행 과정이나 상대의 추적 여부를 확인할 수는 없다.
원뿔형 탄두에 고체연료 추진체…사진 속 변화는
사진 속 미사일은 원뿔형 탄두를 갖췄다. 신종우 한국국방안보포럼(KODEF) 사무총장은 연합뉴스에 북한이 2022년 시험 발사했던 원뿔형 극초음속 미사일로 보인다며, 화염 형상 등을 근거로 고체 연료 1단 추진체를 사용했을 것으로 추정했다.
추진체와 발사대는 ‘화성-16나’형과 같은 것으로 보인다는 설명이다. 기존 원뿔형 탄두에 화성-16나형 고체 연료 추진체를 결합했을 가능성을 제시한 것으로, 정확한 기종과 구성은 확인되지 않았다.
북한은 2022년 1월 원뿔형 탄두를 장착한 미사일을 두 차례 시험 발사하며 탐지와 요격이 어려운 무기라고 주장했다. 고체 연료는 액체 연료보다 발사 준비 시간을 줄일 수 있다. 비행 중 변칙 기동과 함께 상대의 대응 부담을 키울 수 있는 요소다.
신 사무총장은 사거리 3000㎞ 안팎의 중거리급 추진체를 사용한다는 점에서 괌의 탄도미사일 방어체계 돌파를 겨냥한 무기로 평가했다. 이는 추진체를 토대로 한 분석으로, 이번에 북한이 주장한 비행거리 1000㎞와는 구분해야 한다.
‘놓쳤다’는 주장만으로 요격 불가능 입증 못 해
김여정 노동당 총무부장은 3일 한국 합동참모본부의 ‘700㎞ 이상’, 일본 방위성의 ‘약 680㎞’ 분석을 거론하며 탐지 능력에 한계가 드러났다고 주장했다. 파도식 비행 궤도를 적용하면 상대가 첫 도약점 이후 목표를 놓친다는 것이다.
그는 저고도 궤도 변경 능력과 인공지능(AI) 도입, 최소 네 가지 비행 궤도 설정 능력도 내세웠다. 이를 근거로 타격을 피할 방법이 사실상 없다고 위협했다.
로이터통신은 이날 김여정이 추적 실패 주장을 뒷받침할 증거를 제시하지 않았다고 짚었다. 미사일 속도를 알아야 한다고 강조하면서도 실제 속도는 공개하지 않았다고 전했다.
합참은 한미 정보당국이 발사 초기부터 관련 동향을 추적·공유했으며, 정확한 제원을 정밀 분석 중이라고 밝혔다. 북한과 한일 군당국의 비행거리 발표만으로 추적 실패를 단정할 수는 없다. 현재 공개된 자료는 요격 불가능이라는 결론도 뒷받침하지 않는다.
AI가 어떤 역할을 했는지도 불분명하다. AFP통신은 김여정이 AI 도입을 언급했지만 구체적인 활용 방식은 설명하지 않았다고 보도했다.
AFP가 취재한 홍성표 한국군사문제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AI가 표적 정보 처리와 발사 운용을 도울 수 있다고 설명하면서도, 북한의 성능 주장을 사실로 판단하기에는 이르다고 평가했다. 비행 마지막 단계에서 기동하는 미사일을 요격하기 어렵다고 해서 표적을 완벽하게 명중할 수 있는 것은 아니라고 지적했다.
결국 사진에서 드러난 구성 변화와 실제 전투 성능은 나눠 봐야 한다. 이번 공개 자료만으로 북한 미사일을 요격할 수 없다고 단정할 수 없으며, 반대로 확실히 요격할 수 있다고 입증된 것도 아니다.
윤태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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