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종교 내세운 남편에 징역형…한국 대법원도 “혼인이 성적 자기결정권 포기 아냐”
아내의 동의 없이 성관계해도 된다고 주장한 남편에게 호주 법원이 징역형을 선고했다. 남편은 자신의 문화와 종교를 내세웠지만, 판사는 상대가 저항하지 않을 것이라는 기대와 행위가 정당하다는 판단은 다르다고 지적했다.
3일(현지시간) 호주 현지 매체 애들레이드나우에 따르면 남호주 지방법원은 아내를 성폭행한 혐의를 인정한 30대 남성에게 지난달 29일 징역 5년 3개월 10일을 선고했다. 가석방을 신청할 수 없는 기간은 3년으로 정했다. 피해자 보호를 위해 남성의 신원은 공개하지 않았다.
이언 프레스 판사는 남성이 아내의 거부 의사를 알면서도 무시했다고 판단했다. 아내가 자신을 떠나려 하자 통제력을 되찾으려 했다는 지적도 내놨다. 문화적 배경을 내세운 설명이 범행을 정당화하지는 못한다는 취지다.
저항하지 않았다고 동의한 것은 아니다이번 사건을 이해하는 핵심은 상대가 성관계에 자유롭게 동의했는지다. 남호주 법률지원위원회의 법률 안내는 성적 동의를 ‘자유롭고 자발적인 합의’로 설명한다.
상대가 동의하지 않는다는 사실을 알면서 성관계를 하거나, 동의 여부에 무모하게 무관심한 채 행위를 이어가면 강간죄가 성립할 수 있다. 처음에는 동의했더라도 도중에 철회했다면 이후 행위를 계속해서는 안 된다.
피해자가 몸으로 얼마나 강하게 저항했는지도 동의 여부와 구분해야 한다. 위원회는 피해자가 동의하지 않는다고 밝혔을 경우, 신체적으로 저항하지 않았더라도 강간에 해당한다고 명시한다. 폭력이나 위협에 눌려 따른 경우 역시 자유롭고 자발적인 합의로 인정하지 않는다.
호주 정부의 성적 동의 교육자료도 상대의 의사를 계속 확인해야 한다고 강조한다. ‘싫다’고 말하지 않았다는 이유만으로 동의했다고 판단해서는 안 되며, 몸이 굳거나 망설이는 등 불확실한 반응을 허락으로 해석하지 말라는 설명이다.
동의의 범위도 구체적으로 살펴야 한다. 키스나 신체 접촉에 응했다고 해서 다른 성적 행위까지 허락한 것은 아니다. 이미 성관계를 시작했더라도 누구나 도중에 동의를 철회할 수 있다. 이 자료는 청소년의 건강한 성적 관계를 돕기 위한 정부 안내로, 이번 재판의 판결문과는 별개다.
한국 대법원도 “혼인이 성적 자기결정권 포기 뜻하지 않아”한국에서도 부부라는 이유로 강제적인 성관계를 정당화할 수는 없다. 대법원 전원합의체는 2013년 5월 16일 혼인관계가 실질적으로 유지되는 부부 사이에서도 강간죄가 성립할 수 있다고 판단했다.
대법원은 부부의 동거 의무에 폭행이나 협박으로 강요한 성관계를 감내할 의무까지 포함되지는 않는다고 설명했다. 특히 “혼인이 개인의 성적 자기결정권에 대한 포기를 의미한다고 할 수 없고”라고 밝혔다.
이에 따라 남편이 아내의 저항을 불가능하게 하거나 현저히 어렵게 할 정도의 폭행·협박을 가해 성관계한 경우 강간죄로 처벌할 수 있다고 봤다. 혼인관계가 유지되는 경우에는 강간죄가 성립하지 않는다고 봤던 종전 판례도 변경했다.
다만 남호주의 법률과 한국 판례의 처벌 기준이 동일한 것은 아니다. 한국 대법원은 폭행·협박의 내용과 정도, 혼인생활의 형태, 사건 당시와 이후의 상황 등을 종합해 판단하도록 했다. 두 사례가 공유하는 핵심은 배우자라는 지위가 상대의 성적 자기결정권을 없애지는 않는다는 점이다.
윤태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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