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려운 환경 속에서도 자신보다 더 힘든 아이들의 후원자를 자청하며 기부천사로 살다 세상을 떠난 故김우수씨의 일생을 다룬 영화 ‘철가방 우수씨’(감독 윤학렬)는 감동보다는 교훈이 앞서는 영화다.
감동적이고 극적인 장면으로 눈물샘을 자극할 것이라는 예상과 달리, 영화는 놀라울 정도로 자연스럽고 소소하게 그의 일상을 그렸다. 부모에게 버림받고 홀로 고아로 지내야 했던 어린 시절과 서울역 앵벌이, 나이트클럽 광대 아르바이트 등을 전전한 그의 삶은 고달파 보이지만, 기부천사로서의 삶을 시작한 뒤부터의 일상은 평범한 우리네와 전혀 다르지 않다.
영화 안에서 중국집 배달부로 일하는 김우수(최수종 분)는 자신의 몸 하나 간신히 누울 수 있는 좁은 고시원에 살지만 매달 자신보다 어려운 환경에서 사는 아이들을 후원한다. 평생 가족없이 외롭게 살아온 그에게 아이들은 후원의 대상이 아닌 친구이자 피붙이나 다름없다.
그가 아이들과 처음 인연을 맺게 된 곳은 다름 아닌 교도소. 우연히 작은 책자에서 후원자의 손길을 기다리는 3남매의 사연을 접한 뒤 기부를 결심했고, 얼마 후 “감사합니다.”라는 글귀가 담긴 편지를 받은 뒤 새 삶을 살기 시작했다. 절망 외에는 가진게 없었던 그에게 희망이 생기는 순간이었다.
영화가 단순히 그의 삶에만 조명을 비추는 것은 아니다. 그와 마찬가지로 세상 가장 낮은 곳에 있는 고시원 사람들과의 소통, 고통스러운 삶의 순간에서도 그들에게 비치는 관심과 사랑, 그리고 미소는 우리 사회가 아직은 살 만하고 또 앞으로 더욱 살 만해 질 수 있을 것이라는 또 다른 희망을 품게 한다.
이렇듯 ‘친절한 우수씨’는 어찌 보면 너무나 평범해서 특별할 것 하나 없어 보이는 일상이 작은 생각 하나로 변할 수 있으며, 남녀노소, 지위 고하를 떠나 더 나은 세상을 위해 할 수 있는 일이 반드시 있다는 사실을 깨닫게 한다.
이 영화의 독특한 특성 중 하나는 타임머신을 타듯 과거와 현재를 마구 교차하는 흐름이다. 관객들은 故김우수 씨의 삶을 설명 한 줄 없이 뒤죽박죽 쫓아가야 하는 탓에 다소 혼란스러울 수 있지만, 한편으로는 그가 숨을 거두기 전 주마등처럼 흘러가는 자신의 인생을 엿보는 듯한 느낌을 주기도 한다.
‘철가방 우수씨’는 보통 사람들이라면 상상하기 어려운 삶, 그러나 분명히 존재했던 그리고 존재할 수 있는 삶의 또 다른 모습을 제시해 우리의 현재를 되돌아보게 하는 작품이다.
송혜민기자 huimin0217@seoul.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