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국 일간지 데일리메일은 버밍엄 박물관 고고학 전문 연구진들이 이와 같은 주장을 펼쳤다고 12일(현지시간) 보도했다.
‘동물모양이 새겨진 헬멧’, ‘황금 칼 장식’ 등으로 이뤄진 해당 유물은 지난 2009년 잉글랜드 중서부 스태퍼드셔 해머위치 인근 농토에서 보물사냥꾼 테리 허버트에 의해 발견됐다. 약 4000개가 넘는 이 유물들은 오랜 세월이 무색할 정도 거의 변하지 않은 뛰어난 보존 상태로 발견돼 당시 학계의 주목을 받았다.
다만 해당 지역은 과거 영국 앵글로색슨족의 7왕국 중 하나인 머시아 왕국(Mercia, 5~8세기)이 존재했던 곳으로 이 유물들 역시 해당 시기의 것으로 추정됐다. 하지만 2012년 인근 지역에서 유물이 추가 발굴되면서 더욱 흥미로운 주장이 등장했다. 이 유물들이 고대 영국 전설 속에 등장하는 영웅 ‘베어울프’가 실제 했음을 증명한다는 것. 참고로 베어울프는 8~11세기 사이에 고대 영어로 쓰인 작자 미상 영웅 서사시의 주인공으로 ‘용을 죽인 전사’로 유명하다. 또한 아더왕에게 명검 ‘엑스칼리버’가 있듯 베어울프에게는 ‘황금투구’가 있는 것으로도 잘 알려져 있다.
연구팀은 4000개가 넘는 유물들 중 약 600여 가지에게서 곡선 모양으로 정교히 조각된 뱀 , 말 , 행진하는 전사의 모습 등 공통적인 패턴을 발견했다. 이는 해당 유물이 왕국의 유산이 아닌 실제 전투를 수행했던 어느 전사의 무기와 갑옷이라는 것을 의미한다. 그중 머리를 보호하는 투구로 추정되는 유물이 ‘황금색’이라는 것, 제작시기가 8~11세기 사이로 추정된다는 점은 유물의 주인이 ‘베어울프’라는 주장에 설득력을 더해준다.
연구에 참여중인 역사학자 크리스 펀은 “베어울프가 그저 전설이 아닌 앵글로색슨 족 역사의 일부분이라는 것을 이 유물들이 증명하고 있다”고 밝혔다. 또한 이와 관련해 버밍엄 박물관 고대 유물 큐레이터 데이비드 시몬스는 “퍼즐 조각이 맞춰지듯 유물 한 가지 한 가지가 정밀히 연결되어 있다”며 “연구가 더 진행되면 훨씬 더 놀라운 그림이 완성될 것”이라고 전했다.
사진=Birmingham Museum and Gallery
조우상 기자 wscho@seoul.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