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주를 보다

“내가 보여?” 달 뒤에 숨은 ‘수줍은 금성’

작성 2014.04.03 00:00 ㅣ 수정 2014.04.03 17: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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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7년 전 한 아마추어 천문학자가 촬영한 금성 사진이 새삼 다시 화제를 모으고 있다.

미국 과학매체 라이브 사이언스닷컴은 미국 천문학자 빅토르 로저스가 촬영한 금성 사진을 2일(현지시간) 소개했다.


지난 1987년 4월 25일 새벽에 촬영된 이 사진이 화제가 되고 있는 이유는 첫 번째, 해당 장면을 포착하기까지 촬영자가 겪은 고생이 크고 두 번째, 이런 형태의 금성을 목격하기 쉽지 않기 때문이다.

당시는 초승달의 반대로 가장 작아진 형태의 달인 그믐달이 뜨는 시기로 동틀 무렵 금성과 달을 함께 포착할 수 있는 유일한 순간이었다. 이를 놓칠 수 없었던 로저스는 각종 관측 장비를 트럭에 실고 새벽 내내 가장 완벽한 촬영 장소를 찾아 헤맸다.

결국 그는 일리노이 주 쿡 카운티 데스 플레인즈 인근 옥수수 밭에서 탁월한 관측 장소를 발견했다. 문제는 이 밭의 주인이 따로 있어 불법 침입을 감행해야했던 상황이라는 것. 특히 미국에서 불법침입은 총(?)을 맞을 수도 있는 위험한 행동이다.

그러나 우주에 대한 사랑과 열정이 넘쳤던 로저스는 경찰에 체포될 수도 있다는 위험을 무릅쓰고 옥수수 밭에 뉴턴 식 천문 망원경과 카메라를 설치하고 하염없이 금성이 등장하기를 기다렸다.

하지만 옥수수 밭에 각종 장비를 설치해놓고 하늘을 멍하게 쳐다보고 있는 정체불명의 남자는 분명 수상하기 짝이 없어 보였다. 게다가 칠흑 같은 한 밤중이 아닌가? 결국 순찰 중이던 경찰관에게 로저스는 검문 당하게 된다. 금성촬영은 고사하고 유치장에서 밤을 보내지 않으면 다행인 상황이었지만 로저스는 특유의 순발력으로 이번 촬영이 가지는 의미를 열심히 설명했고 이에 감동(?)한 경관이 자리를 떠나면서 기다림은 계속됐다.

얼마나 오랜 시간이 지났을까? 눈꺼풀은 무거워지고 동이 터오는 하늘에 살짝 ‘그믐달’이 걸리고 그 뒤에 수줍게 숨어있는 금성이 나타났다. 집중력 있게 망원경을 보던 로저스는 이 순간을 놓치지 않고 촬영하는데 성공했고 그 모습은 400-ASA(ISO) 코닥 슬라이드 필름에 고스란히 새겨졌다. 금성과 그믐달은 몇 초 뒤 떠오르는 태양 저편으로 금세 사라져버렸다.

이에 대해 로저스는 “금성이 나타난 것은 한 순간이었고 이를 포착했던 것은 행운이었다”며 “지금도 그때를 생각하면 다시 감동이 느껴진다”고 전했다.

사진=라이브 사이언스닷컴

조우상 기자 wscho@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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