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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양을 피하고 싶은 ‘뱀파이어 병’ 母子 사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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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뱀파이어병, 흡혈귀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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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속 ‘뱀파이어’의 특징 중 하나는 ‘태양을 두려워한다’는 것이다. 어둠 속에서만 활동하는 뱀파이어처럼, 현대에 사는 한 모자(母子)역시 태양을 피하며 살아야 하는 기구한 운명이다.

영국 옥스퍼드셔에 사는 클레어 터너(50)와 샘 터너(13) 모자는 매우 희귀한 피부 성질 때문에 절대 태양을 마주할 수 없다.

이들의 피부는 태양 뿐 아니라 다소 강렬한 인조 광선(형광등이나 전등)에 노출이 돼도 마치 타는 듯한 통증을 느낀다.

외출할 때에는 몸에 빛이 닿지 않도록 구석구석을 잘 동여매야 한다. 뜨거운 여름에도 긴팔과 긴 바지, 얼굴을 감싼 스카프를 빼놓고는 절대 외출할 수가 없다.

이들이 앓고 있는 일명 ‘뱀파이어 병’의 실제 병명은 적혈구조혈 프로토포르피리아(erythropoietic protoporphyria)로, EPP 또는 적혈구 조혈성 포르피린증이라고도 부른다.

전 세계적으로 희귀한데다 원인과 치료법이 밝혀지지 않은 이 질병 때문에 두 모자는 외출 때마다 두려움을 느껴야 한다.

특히 아들 샘의 경우 어머니보다 증상이 심각해서, 지나치게 밝은 전등 아래에서도 태양에 노출된 것과 비슷한 통증을 느껴 일상생활이 쉽지 않은 정도다.

클레어는 “아들이 낮은 밝기의 전구에도 영향을 받기 때문에 집 곳곳이나 학교 내 아이의 자리 근처에 달린 형광등, 전구를 모두 제거해야 했다. 때문에 아들이 앉는 곳은 대체로 어두침침한 분위기 일 수 밖에 없다”고 말했다.

이어 “샘이 8살이 됐을 때 처음 증상이 나타났다. 내 병이 아이들에게 유전되지 않기를 바랐지만 결국 피할 수 없었다”면서 “할 수 있는 것이라고는 온 집안을 UV차단 기능이 있는 커튼으로 감싸고 아이가 스스로 살 수 있는 방법을 찾도록 도와주는 것 뿐이었다”고 털어놓았다.

한편 같은 질병을 앓고 있는 영국의 한 10대 소년의 부모는 미국항공우주국(NASA)의 도움을 받은 바 있다.

당시 이 부모는 NASA에 EPP에 걸린 아들을 위해 태양의 자외선을 막아 줄 우주복을 만들어달라고 요청했고, NASA 측은 이를 받아들여 태양의 자외선을 99.9%까지 차단하는 우주복과 장갑, 마스크 등을 전달한 바 있다.

송혜민 기자 huimin0217@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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