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료전문매체 메디컬 엑스프레스는 미국 컬럼비아 대학 메디컬 센터, 매사추세츠 공과 대학, 노르웨이 과학기술대학 암 연구소 공동 연구진이 보툴리눔 독소가 종양 성장을 늦춰 위암 발병 가능성을 감소시키는 효과가 있음을 발견했다고 20일(현지시각) 보도했다.
보툴리눔 독소는 클로스트리디움 보툴리눔(C. botulinum)이라 불리는 박테리아에서 분비되는 독소로 모두 7개의 종류가 있는데 우리가 의학적으로 사용하고 있는 것은 보툴리눔 독소 A형과 B형이다. 이 두 가지가 흔히 우리가 말하는 보톡스 시술에 쓰이는 것이다.
보툴리눔 독소는 운동 신경 말단 부위의 아세틸콜린 분비를 억제시키는 방식으로 필요부위의 근육을 마비시킨다. 이를 통해 얼굴 떨림, 눈꺼풀 경련, 근강직 치료는 물론 주름 제거, 사각턱 교정과 같은 미용 목적으로도 많이 사용되고 있다.
연구진은 이런 보툴리눔 독소의 아세틸콜린 억제 효과가 암 세포에도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가설을 세웠다. 그 이유는 아세틸콜린이 암 세포 성장에 영향을 주는 신경전달물질이기 때문이다.
최근 쥐를 대상으로 진행된 실험에서 연구진은 보툴리눔 독소가 아세틸콜린을 억제시키는 것처럼 미주 신경 신호를 차단해 종양 성장을 늦출 수 있다는 점을 발견했다. 쥐에게 신호 화학 물질의 수용체를 차단하는 약물을 주입한 후에도 보툴리눔 독소는 종양 성장을 억제시키는데 탁월한 효과를 보였다.
연구진에 따르면, 미주신경 신호가 위장 세포에도 영향을 미치는 만큼 보툴리눔 독소가 위암 치료에 상당한 효과를 줄 가능성이 매우 높다. 특히 보톡스는 대부분의 표준 암 치료제보다 독성이 덜하고 부작용이 거의 없으며 저렴하기까지 하다고 연구진은 설명한다. 향후 실제 암 환자를 대상으로 한 임상 테스트에서도 뚜렷한 효과가 나타난다면 보툴리눔 독소는 기존 항암화학요법과 함께 또 한 가지 혁신적인 암 치료법으로 발전될 수 있다.
특히 미주신경과 종양성장 관계를 이용해 접근하는 해당 치료법은 위암 뿐 아니라 다른 암에도 보툴리눔 독소가 효과가 있을 수 있다는 가능성을 남겨두고 있다. 연구진은 전립선 암 치료에도 보툴리눔 독소가 효력을 미치는지 알아보는 추가 연구를 진행할 예정이다.
한편 이 연구결과는 국제학술지 ‘사이언스 중개 의학저널’(Journal Science Translational Medicine) 20일자에 발표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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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우상 기자 wscho@seoul.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