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가 물을 만질 때 느껴지는 ‘축축함’은 어떤 작용으로 인해 감각으로 전환되는 것일까? 최근 액체가 피부로 전해질 때 느껴지는 감각을 과학적으로 해석한 연구결과가 나와 화제를 모으고 있다.
의학전문매체 메디컬 엑스프레스는 영국 러프버러 대학, 프랑스 옥실란 연구센터가 피부가 액체를 인식하는 과정에서 ‘온도’와 ‘질감’의 변화가 우리가 평소 느끼는 ‘축축함’으로 나타난다는 견해를 밝혔다고 2일(현지시간) 보도했다.
연구진은 남성 실험참가자 13명을 대상으로 각각 차가운 물(25°C), 미지근한 물 (30°C), 따듯한 물(35°C)을 만진 뒤, 느껴지는 습함(축축함) 정도를 보고하게 했다. 참고로 연구진은 실험 중 다양한 변수를 적용했는데 첫째는 참가자들의 혈압을 신경블록요법을 이용해 임의적으로 차단했고, 둘째는 털이 나있는 팔뚝 피부와 털이 없는 손가락 끝 피부에 각각 물을 묻히도록 주문했다. 이는 각기 다른 환경에서 사람들이 물을 어떻게 느끼는지 비교해보기 위해서다.
결과는 흥미로웠다. 사람들은 물 온도가 낮을수록 습함을 더욱 크게 느꼈고 혈압이 차단됐을 때는 물에 덜 민감히 반응했다. 또한 의외로 맨 피부보다는 털이 있는 피부가 더욱 물의 축축함을 강하게 인식했다.
연구진들에 따르면, 우리가 물을 만질 때 느껴지는 축축함은 실제가 아닌 ‘지각적 착각(perceptual illusion)’ 작용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이는 우리 뇌가 온도 차이, 피부 질감에 따라 ‘물이란 이런 느낌 일 것’으로 추측해 감각화 시킨다는 것이다. 각 변수에 따라, 참가자들이 물에 대한 감각을 다르게 느꼈다는 실험결과가 이를 뒷받침해준다.
연구진은 “이는 우리 뇌가 물을 만졌을 때 느껴지는 미세한 느낌을 상당히 합리적인 방식으로 추론해 신경세포로 전달해준다는 것을 알려주는 연구결과”라고 설명했다.
한편 이 연구결과는 국제학술지 신경생리학 저널(Journal of Neurophysiology)에 발표됐다.
조우상 기자 wscho@seoul.co.kr